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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Nov 30. 2022

만병의 근원

무럭무럭 자란다


집안 최초로 완전한 독립을 실현하는 동생 집 인테리어 공사를 대신 봐주고

시집이 아닌 독립이 몹시 섭섭하신 부모님과 뻣뻣한 동생 사이에서 돈과 감정을 조율하고 있다.




남의 아들 학생 1과 내 딸 학생 2는 친했다.


학생 1이 장난을 쳤다. 

학생 2가 화를 냈다. 

학생 1은 장난인데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냐고 화를 냈다.

학생 2는 사과는 안 하고 화낸다고 화를 낸다고 화를 냈다.ㅠㅠ


그날부터 학생 1과 학생 2는 서로 미워하게 되었다.

학생 1과 그의 친구 둘이 학생 2가 지각을 하거나 수업 시간에 졸면 자경단으로 변신하여 버럭질을 했다. 

학생 2는 자경단의 숫자가 늘어나자 상담실에 가서 학폭 신고를 했다.


아이는 강력 처벌을 원하고

선생님들은 내가 폭주할까 봐 돌아가며 전화를 한다.


내 눈에는 그저 (뇌가 분해된) 평범한 중2들의 마찰이지만, 당사자는 심각하다.

나는 아이가 제발 좀 일찍 자고 밥도 좀 잘 먹어서 지각도 수업 시간에 조는 것도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엄마가 화가 많이 났다며 자경단과 선생님들을 겁박하고 다니는 딸 때문에 화가 난 학부모 연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연기력도 에너지도 딸려서 진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도서관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몇 주를 계속 일하면서 돈은 한 푼도 벌어오지 않는 것에 남편이 화를 냈다.

그러고는 이번 달 생활비를 15% 적게 줬다. 




아들의 옷이 좀 작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었다. 

아들은 항상 집에 돌아오자마자 태권도복이나 잠옷으로 갈아입기 때문에 밖에서 어떤 모습인지 전혀 몰랐다. 

아들 생일파티 때 친구들과 함께 있는 아이를 봤다.

아이가 "어떤 애가 저보고 쫄바지 즐겨 입는 남자애는 처음 봤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던 것이 무슨 소린지 그때 알았다.


쪼그리고 앉아 게임하고 있는 아이 목덜미를 뒤집어 봤더니

8세를 입고 있었다(으앙!)

그 자리에서 바로 신발을 신고 나가 10만 원을 헐어 상의 4벌을 사 왔다.  


아들에게 수학의 정석 들어가면 아이폰 사주겠다고 했는데

아이폰 가격을 이번에 알았고, 남편은 수시로 핸드폰을 박살 내는 아들에게 아이폰은 절대 사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금 전, 아들 수학학원에서 다음 주부터 정석 상하를 동시에 시작한다고 자랑과 축하를 동시에 전하는 전화가 왔다. 

...


지금 내 저금통에는 25만 원이 들어있다.

꼬옥 사주고 싶다 아이폰

(참고로 딸은 이미 2년 전부터 아이폰 유저고 지난달에만 무신사에서 8만 원짜리 니트를 2벌 사 입었다.) 




요즘 들어 귀가 계속 먹먹해서 이건 또 뭔가 검색했다가.

이 기사를 읽고 바로 "이 XXX가!" 고함을 질렀다.





서터레스가 무럭무럭 자란다.

어떻게든 뿌수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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