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

by easygoing

기울

1. 기울다

2. 비뚤다

3. 바르지 아니하다


굽을

1. 굽다

2. 도리에 맞지 않다

3. 바르지 않다


* 곡 자는 음악의 곡조(멜로디?), 작곡된 음악 작품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주변 어른들은 나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억울할 때마다 복수를 다짐하는 심정으로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고 혹시라도 엄마가 되면 부당하게 화내지 않고 욕하지 않고 때리지 않겠다고, 먼저 귀 기울이겠다고, 올바른 보호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나중에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는 저주가 온 우주의 응답으로 이루어지고 나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딸의 엄마가 되어 그 결심을 실천할 때마다 그것이 내 스스로에게 엄청난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육아 중에 발생하는 온갖 상황에 내 어린 시절을 대입하고 나에게 필요했던 바로 그 행동들로 장면 장면을 수정해 나갔다. 상처들이 아물기 시작했고 가위에 눌리거나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일들이 줄어들었다.


'없는 사람은 없다'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세계를 쌓아 올리는 단단한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실제 그렇게 자라주었다. 고맙고 뿌듯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고 청소년이 되자 그 일이 일어났다.


엄마가 나한테 잘해주는 거 나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가끔 너무 생색을 내서 힘들어.

네????!!!!


고치라는 거야? 내가 잘해주는 건 디폴트고 서운할 때 서운하다고 말하지 말란 거야?

남편이랑 똑같네! 이것들이! 너네끼리 잘 먹고 잘살아라! 내가 진짜 지금 통장에 17만 원 밖에 없어서 그렇지, 내가 보증금만 모으면 바로 나갈 거야 이것들아. 이 웬수들아!

머릿속 휴지통에 들어가 하나하나 열어서는 열받네 열받네 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 6시 50분 자동으로 일어나 약과 물을 챙겨 아이 방으로 갔다. 노크 두 번. 소리가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된다. 3초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양이들이 따라 들어오기 전에 얼른 문을 닫고 방바닥에 널브러진 온갖 것들을 발로 살살 밀어 길을 내며 침대 앞까지 갔다. 방 치우란 말은 지금 하면 안 된다. 슥 내밀어진 아이 손바닥에 종지를 기울여 알약들을 내려준다. 살이 닿는 걸 싫어하니까. 약을 입에 넣으면 컵을 건네 물을 먹인다. 한 모금만 더 마시라는 말은 하면 안 된다. 잘 잤냐, 몸이 아프거나 속이 안 좋거나 하지는 않냐 안부를 묻고 아이가 다시 누우면 조용히, 벨트를 밟았지만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방 밖으로 나와 그 사이 몰래 들어가 숨어 있는 놈이 없는지 침대 밑까지 확인한 후 기어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짝 들듯이 문을 닫았다.




웬수들의 수장은 나다. 나도 안다.



어릴 때 읽은 책 속에 '상대방에게 받고 싶은 대로 행동하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이게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도 나에게 이렇게 한다.'로 왜곡되어 내 인격의 기둥이 되었다. 수리가 불가능하다.



빨리 보증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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