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2018년 6월

by easygoing

히가시노 게이코를 읽을 때마다. (미미 여사도 그렇고)

도대체 일본 작가의 사이즈는 어디 까진 거야?

이 사람이 이 정도면 하루키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 거야?


그런 생각을 했다.


엄청 애기 때. 한 고등학생쯤 됐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이게 도대체 뭔 소리야 이게 뭔데 이렇게 불쾌해! 아, 어쩌라고! 뭐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은 요즘보다 더 씹어 삼키듯 읽던 때였다.

독서실 길 건너 대본소 아저씨가 매주 새로 들어오는 신간 소설들을 무조건 나한테 1차로 빌려줬고

나는 권당 3시간 이내로 독파하고 재미있음/없음 딱지를 붙여 반납했다.

존 그리샴 스티븐 킹 시드니 셀던 등등의 시간


암튼 그때쯤엔 일본 소설이라고는 '오싱' 같은 옛날 얘기가 주로 많았던 것 같은데

상실의 시대가 나오고 엄청 오랫동안 핫이슈였다.


노르웨이의 숲 읽어봤냐고 대학생 때도 그 얘길 들었던 기억.


그 이후로 성인이 되어서도 몇 권 정도 더 읽어보긴 했는데

아 정말 그 떫은 기분...


1Q84를 얼결에 사서 읽고 3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수십 번씩 들쳐보며


이거 인쇄사고인가

내 책이 파본인가

4권이 나오는 건가


몹시 괴로웠다.


다시는 하루키 책을 구입하지 않으리 결심했다.



최근 들어 책을 만들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원고 라는걸 쓰게 되면서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문체를 알아보기 위해 그저 조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하루키 책을 한 스무 권...

읽고 읽다 보니 떫은맛의 정체가 드러났다.


내 아들을 낳기 전까지 겹겹이 두르고 있던 남자 싫어함 방어막이 원인이었다.

아들을 키우고 수컷의 매력이랄까 존재적 가치 같은 걸 깨닫게 되니


하루키가 읽혔다.


그리하여 화해(?)의 그 책(서론이 너무 길었다)

기사단장 죽이기


재미있다.


AI 같은 캐릭터들. 뭐 옷에 구김 따위, 허술한 헤어 따위 용납 않는다.

2권이 끝이 맞다.


역자 후기 따위 없고, 그게 그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가 맞다.

아니. 종착역 도착했다고 안내방송을 좀 해주시지. 손님들 아직 잔다고요


그리고 확실히 알았다.

나는 하루키 소설을 알지만 공감은 못하는 사람이다.


‘몽정 트라우마’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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