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단해
남편은 백종원 씨가 식당을 컨설팅해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나는 그 프로그램이 정말 죽을 듯이 불편하다.
망하기 직전(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망한)의 생에 찾아가서
이걸 이렇게 하고 있었어? 제정신이야? 아이고 답답아!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이러니까 망한 거야!
계속 이렇게 살 거야? 이렇게 뻔한걸 왜 몰라? 기본이 안돼 있어!
혼쭐을 낸다. 그리고는
'야,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다 네가 비정상이라고 하지.' 초식으로
카메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대중의 얼굴을 한, 두 패널이
'아이고, 저런, 저렇게 어리석을 수가.'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미칠 것 같다.
파산 직전의 하루를 어찌어찌 마치고 오늘도 대강 어떻게 넘겼네 겨우 숨 돌리는 시간이라 더 그런가.
왜일까?
또, 정치 토크쇼와 인터넷 기사와 그 댓글
아...
왜 나는 이런 것들에 남들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고민했다.
단단한 개인/이선옥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 퍼트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 크리스틴 돔벡
공감의 배신/폴 블룸
재미 순
이 안에서 발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감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놓고 격론
관점에 따라 전경과 배경이 바뀌는 것
참작: 이리저리 비추어 보아서 알맞게 고려함
의견이 진실을 압도한다.
메이저의 사악함은 추악하고 마이너의 사악함은 부끄럽다.
자기 몰두: 강한 분노감, 내적 공허함, 전능함에 대한 환상과 자신이 다른 사람을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음, 사람들을 업신여기면서도 찬사에 굶주림
앎이라는 건 경험과 인식이 계속 변화하면서 확장되는 개념이다
단단한 개인이 가장 재미있었다.
항상 불편했던 개인적인 생활 민원이 여러모로 해소된 기분이 들었다.
최근의 여러 일들에서 내가 느낀 불편함이 무엇이었는지 통쾌할 정도로 팍팍 짚어서 풀어 줬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진실과 거짓과 개소리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응? 하는 순간들이 많이 줄었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트럼프를 소개해 주는 책이다.
개소리에 대하여를 같이 묶어 읽으면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 와 정말 대단하다.
자기애적 사회에 대하여도 사실 트럼프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책은 내가 불편해하는 여론(?)의 태도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공감의 배신은 재미면에서 좀 떨어졌다.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자의 문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어쩌면 가장 큰 문제였을 공감에 대한 강박을 벗을 수 있게 해 줬다.
세월호(적기만 해도 온 몸이 떨리는 세 글자) 등등
연민과 공감은 다른 것인데, 나는 그게 같은 줄 알고 스스로를 괴롭혀 왔다.
감수성과는 상관없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