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밭농사도 안 짓는데 이 많은 잡티는 어디서 왔을까
더 이상 주근깨라고 우길 수 없는 커다란 기미
저물어 감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칙칙한 얼굴색
무얼 발라도 순식간에 말라붙는 건조한 피부
그 와중에 슬금슬금 흘러내리는 얼굴가죽.
아..
하루 종일 형광등 불빛 아래서 생활하고
햇볕은 일주일에 1시간도 못 보는 생활을 십년 도 넘게 해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짜장이 묻은 줄 알고 닦았더니 내 살갗이고
두드러기가 났나 얼굴이 뒤집어 졌네 하고 봤더니
모공이 커져서 울퉁불퉁해 진 거고
비통한 내 얼굴 비통한 내 마음.
레이저에 대해 물리학 박사보다 더 빠삭하다고 소문난 친구를 소환했다.
피부 안쪽을 구워서 쪼그라트리는 리프팅 방식과
겉을 태워서 새 살이 돋게 하는 토닝 방식 두가지가 대표적인데
기계마다 효과와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싸다고 냉큼 가지 말고 기계를 확인해보고 계산해야 한단다.
배운 내용을 착실히 반영하여 병원을 찾았다.
레이저에 관리는 필수고, 내 나이대에는 최소 5번을 구워 줘야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상담실장의 직언(?)에
나름 밀땅을 한다고 했지만 뭔가 더하고 더해서
레이저 3회와 시술 후 관리 5회에 70만원 (무이자 5개월 할부)
레이저는 빛이라고 배웠습니다만-
느낌이 바늘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심지어 살 타는 연기에 질식할 뻔 한 건 나 뿐인가?
통증이 최소화 된 기술이라 더니 얼굴 전체가 화상 입은 것 같이 아팠고
새빨갛게 달아올라 버스 타고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다.
간호사들에게 항의 하니
‘어머, 우리 선생님이 엄청 꼼꼼하게 시술해 주셨나 봐요. 좋으시겠다.’
라는 뻘소리를!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뭔 크림을 얼굴에 발라줬는데, 놀랍게도
순식간에 빨간 얼굴이 하얗게 되고 아픔도 사라졌다.
살짝 민망해져 돌아 왔는데,
현관문 들어서자 마자 마법이 풀리듯 다시 화상 시작.
전화해서 물어보니 마취 크림을 발라준 거라며 좀 참으라고. 헐
빨간 얼굴은 며칠을 갔고 비밀스러운 나의 할부는 온천하에 알려졌다.
횟수를 모두 채운건 정말 인간승리라 할 수 있었다. 두번째와 세번째엔
(심지어, 스스로) 추가 비용을 내고 보습에 좋다는 주사까지 맞았다.
덜 늙어 보겠다고 돈 내고 고통받는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비용과 노력을 쏟아 부운 나의 피부를 지키기 위해
술자리를 줄이고 커피를 줄였다.
일도 친구도 사랑도 밀어내고 내 몸뚱이가 최우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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