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된 대화 1.

인터뷰

by easygoing

나는 1:1 대화를 참 좋아한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은 '다 털어놓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가까운 선배가 그랬다. 책은 이야기다. 사람도 이야기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치부를 알고 있는 것으로 전환되어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릴 때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밝은 빛을 보면 격렬한 편두통과 구토로 연결되는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포기했다. 베이스를 오래 칠 수 있었던 것은 핀 조명이 오지 않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 좋은 점 중 하나가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밤잠을 자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뷰티 인사이드의 현현이다.



깨끗한 존경/ 이슬아


이슬아 작가가 쓴 인터뷰집이다.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과의 대화가 글자로 들어있다.

이슬아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요즘 것들'의 이상형이기 때문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이름의 사람들이 모두가 아는 사람들로 기록되어 있어 신기했다. 이런 게 세대차이인가 보다.


이슬아 작가는 이렇게 공손한 사람이었구나. 많이 놀랐다. 깨발랄할 줄 알았다. SNS 세계에서 모두가 아는 그 이야기를 더 깊게 나누는 상황이라는 것에도 놀랐다.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음악을 들을 때처럼 신선하고 짜릿했다.


도서관에 정혜윤 씨와 김원영 씨의 책이 있어 읽어봤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김원영


시드니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아침마다 지적장애인 고등학생이 나랑 같은 기차를 타고 등교 했는데 항상 역무원이 슬쩍 함께 탑승하여 멀찌감치 서서 그를 지켜봤고, 정거장에 도착하면 정확하게 그가 내리는 문 앞에 그 역의 역무원이 서 있다가 학생이 내려서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휠체어를 탄 승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역무원 두세 명이 함께 탔고, 정확하게 그가 내리는 문 앞에 그 역의 역무원 두세 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순조롭게 하차를 돕고 에스코트했다. 여기 정말 장애인 많다. 임산부랑 아기 엄마들이 담배를 저렇게 피워대서 그런가 보다. 그랬는데 한참 뒤에 먼 친척 아이가 장애를 가져서 가족이 호주로 이민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집 밖에 못 나오는구나. 그래서 보이지 않는 거구나.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처음 기숙학교에 도착해서 믹스커피와 커피포트를 보고 어쩌라고 저런 걸 뒀나 비난했는데 한 달 후인가 커피 봉지를 반으로 접어 자연스럽게 잔을 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장면이었다.


내 정신과 책을 보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재미있더라'는 반응이 많았다. 작가는 사회학 인문서를 만들고 싶었는데 편집부에서 억지로 에세이로 둔갑시킨 건지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 건지 텍스트의 방향성에 대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런 표현이 옳은 걸까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했다.




마술 라디오, 사생활의 천재들, 침대와 책/ 정혜윤


문체가 난감했다. 너무 이질적이었다. 옥희도 찐계란을 좋아한다우. 뭐 그런 어색함과 민망함이 있었다. 거기에 엄청난 인용구들. 이 사람이 지금 현재 나와 30km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맞나. 멀티 유니버스인가. 판타지인가.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클래식 FM 진행자들의 목소리를 얹어보았다. 전기현 씨 목소리를 입혔더니 드디어 읽혔다. 와우.


정혜윤 PD의 책을 읽고, 중학교 입학 선물로 마이마이를 받은 그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듣고 있는 라디오와 뭐라 말할 필요도 없는 책이라는 두 가지 대상에 대한 나의 개념이 정말 말 그대로 파괴되었다.


와ㅡ이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정말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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