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제일 중허지

소비력이 없으면 존재감도 없어요

by easygoing

서울리뷰오브북스의 가난/빈곤에 대한 이슈에 등장한 책들을 도서관에서 이리저리 빌려왔다. 혹시나(지칠까 봐) 몰라서 박완서 작가의 책과 듀나의 책도 빌려왔다.(김동식 작가의 책도)



커밍 업 쇼트/ 제니퍼 M. 실바


사서쌤이 읽고 계시다가 건네주신 커밍 업 쇼트를 제일 먼저 읽었다. 미국 이야기이다. 미국의 빈곤층. '빈곤'이라는 단어는 낯설었는데 낯설지 않았다.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좁쌀만 한 나의 시각으로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치유와 내적 성장 서사로 돌리고 있는 '무드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통쾌함을 줬다. 나도 우울증 책을 썼고 솔직히 개인적인 성장 서사가 뼈대인 게 맞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를 좀 맛보고 싶어서 읽어댄 책들은 뭔지 모르게 비 현실적이라 '아.. 나는 정말 청춘의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구나.' 여겼고, 성장이나 자존감 같은 주제의 책들을 볼 때마다 포근하고 다정하면서도 껄적지근한 덩어리가 자꾸만 걸리는 건 내 입맛 탓이려니 했다.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힘들지만 저는 이제 지난날의 제가 아니랍니다. 인생에 충만함을 느껴요' 이게 바로 이물감의 정체였다. 치유의 서사는 성장의 서사가 아니다!(아우 시원해!!!) 고통을 극복하고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았다고 어른이 된 게 아니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어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몇 명의 케이스를 소개하면서 읽는 사람에게 '이봐, 또 이래. 이거 좀 이상하지?' 말을 건넨다.


속은 뻥 뚫렸지만 마음은 무거워졌다. 김동식 작가의 책을 읽고 상큼 게이지를 회복했다.



자동화된 불평등/ 버지니아 유뱅크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미국 버전이다. 속 터지는 케이스들을 나열해놓고 있다. 정말 미국은 놀러 가기는 좋을지 몰라도 살기는 참 싫은 나라다. 국가가 국민들을 막 죽이네? 수준 낮다고? 에누리 없이 와르르 쏟아져 있다. 심약자는 주의해야 할 지경이다.


이건 정말 쉽게 회복하기 힘들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그 산이~'를 읽고 싶은 열망을 에너지 삼아 다음 책을 읽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잡지에서 새 책 '곁에 온다는 것'에 대한 기사를 보고 궁금해서 읽었다. 실제 사건들을 윤색한 것임이 틀림없다. 아름다운 해피엔딩(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하나?)이었지만 20년 전 이야기라서 다행이야, 지금은 달라졌을 거야, 나아졌을 거야 그렇게 믿고 싶다.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우리나라 빈곤에 대한 이야기.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예전에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 관계자였던 친구가 처음에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마음이 아프고 생전 처음 정의감까지 들었었는데 회차가 반복되면서, '이러니까 이렇게 됐지.' 하고 비난하게 되었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너무 딱해서 개인적으로 도움을 드렸는데 그게 다 헛수고였다. 구제 불능이다. 그랬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반지하가 아니라) 빈곤의 냄새가 진짜 있다는 것, 달동네를 불량주거라고 부른다는 것, 달동네 위에 별동네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접근하는 방향과 위치에 따라 팩트가 아니라 진실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책 속의 한 구절>

'연구자로서 이율배반적 고민과 기대가 지속되었다. 사건이 안 생기면 관심이 느슨해지고... 사람들의 근황을 묻는 경우 더욱 어떤 극적인 사건이 안 생기나 생각했다.'


내가 읽은 사회학 책 중 가장 좋았다(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앞의 책들은 이 책을 읽기 위한 워밍업이었다. 나도 이 분과 같은 관찰자의 자세를 갖고 싶다.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33'에 대한 기사를 읽고 애가 탔다. DVD 왜 안 나오나요! 꼭 보고 싶습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_

지금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육아를 마친 가정주부의 그 무엇이 있다. 좋은 소식은 읽을 책들이 많다는 것. 나쁜 소식은 더 읽을 책들이 없다는 것.


아직은 신이 아니야_

요즘 SF 장르소설을 띄우기 위해 왜들 그렇게 애를 쓰는지 알게 되었다. 작가 풀이 꽉 찼다. 고수들이 드글드글 하다. 천하제일 무도회를 시작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울대 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