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에게 당한 거야
내가 즐겨보는 책 관련 정기간행물에 책방 주인이 기고 중이다. 지난달(지지난달인가?)부터 '자기 얘기 좀 그만 좀 합시다.'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책방에서 독서/글쓰기 수업과 취향을 나누는 모임들을 진행 중인데 요즘 들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책은 안 사고(심지어, 수업 교재도!) 수업/모임에 와서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자기 얘기만 늘어놓고 간다고 한다. 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책방에 와서 갑자기 너무도 개인적인 푸념을 끝도 없이 늘어놓는데 이야기를 끊으려 해도 소용이 없으며... 책은 한 권도 안사고 가버린다는 거다. 그 와중에 다들 굿즈 구입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적극적이란다.
불특정 다수를 흉보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또 한 가지의 정체가 밝혀졌다.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하소연.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1. 모욕을 당했을 때는 '아니, 당신은 틀렸어. 나에 대한 당신의 말에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 적극적으로 항의해야 한다.
2. 굴욕을 당했을 때는 '이거? 나한테는 별일 아니야.' 너는 나에게 상처 주지 못한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욕설을 하며 뺨을 때리고 지나갔다고 치자
1.1 모욕적이다. 경찰에 신고하여 모욕과 폭행에 대한 형사소송과 함께 내가 입은 정신적 육체적 손상에 대한 민사소송을 걸어 뿌셔 버린다.
2.1 굴욕적이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며 수군댄다. 미친놈 아니야!라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문제가 되는 것은 2.1이다.
2.1.1 그날 이후로 약 먹고 있어요. 매일 그 순간이 떠올라요. 제가 그때 제대로 똑바로 행동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창피해서 그냥 집에 왔어요. 저는 이런 멍청한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2.1.2 너무 분해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래요. 대낮에 동네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게 정상인가요? 뭘 긍정적으로 생각해! 조심하지 그랬냐는 게 말이야 방구야!!!
단속사회/ 엄기호
이 책을 읽고 이렇게 확장됐다.
2.1.2를 들은 대상 a와 b의 반응
2.1.2.a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끼어들지 말자. 남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실례야. 그런데 뭐 좋은 얘기라고 자꾸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불편해하는 걸 모르나? 계속 만나기 부담스럽다.
2.1.2.b 개인적인 일을 너무 크게 확대해서 호들갑 떠는 거 아닌가?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노력은 안 하고 동네 탓을 하네? 우리 아파트가 우범지대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지가 어떻게 책임질 건데? 남들처럼 조용히 살지 왜 혼자 별나게 굴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불안을 조성하는 거야?
이걸 쓰면서 혼자 흥분했다.
그냥 화가 나지 뭡니까.
내 상상인데.
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