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망해도 괜찮아~
한 세대가 지난 후에야 신사임당 채널을 보고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했다.
아니, 돈 한 푼 안 드는 데 당장 사업자등록부터 하자.
신이 났다.
커튼 뒤.
현관 문밖도 아닌, 커튼 뒤에
모든 것들이 와글거리는 것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어제저녁에 사업자가 되면 자동으로 시작되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납부 의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집도 없고 직장도 없는, 진짜 가진 것이라고는 중고차 한 대인 4인 가족에게 엄청난 숫자로 날아오던 바로 그 지역 의료보험료 통지서. 빵! 귓가에 경적이 울렸다.
악! 거기에 국민연금까지!!!
남편 직장에서 1/2씩 내주고 월급에서 미리 공제돼서 그 통지서 다시 안 보게 된 게 근간의 일상에 평화를 주는 하나의 요소였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당장 폐업 신고하려고 보니 아니, 내가 등록과 신고로 5만 원 가까운 돈을 정부에 지불한 게 아닌가! 내가? 돈을 썼어? 그게 다가 아니었다. 판다랭크 신청해서 우람하게 한 달 39600원= 4만 원이 어제 빠져나갔다. 하하하
머릿속에 딱 떠오른 사업 계획이 있었다. 러프 하지만 일의 순서가 단정하고 분명했다. 그런데 어제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물건을 파는 데 절차와 책임이 크다는 사실이었다.
이 허브티가 마트에서 이 가격인데, 직구하면 이렇게 싸네. 직구해서 팔면 이득 > 불법 = 밀수
: 식품을 판매하려면 신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적합한 조건의 보관 장소가 따로 준비되어야 한다. 집에서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조건에 맞는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절차에 비용이 들고 무엇보다 들여오는 제품에 대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또한 비용이 든다. 영국 브랜드를 캐나다에서 사와서 팔려면 절차와 비용이 더 복잡해진다.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관세, 부가세, 통관 수수료도 내야 한다. 유통기한이 있으니 10개 씩 사다가 모든 절차와 법규를 지키고 판매에 이르면 마트 가격의 2 배수에 접근한다.
이렇게 품질 좋고 가격 싼 중국산 컵 세트 왕창 사다가 팔면 이득 > 50만 원 이상 써서 절차를 밟으면 합법
: 입에 닿거나 음식물이 닿는 식기류는 식품안전 법에 따라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저렴한 도자기나 유리의 경우에도 품목당 11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텀블러는 스테인리스와 리드, 샘 방지용 실리콘 트림 부분을 각각 검사받아야 한다. 이 경우 검사 비용 45만 원 이상. 역시 관세, 부가세, 통관 수수료가 있다. 물류비에 원산지 표시 비용도 크다. 내가 찍은 제품은 100개 이상 들여와서 다 팔아야 예상했던 마진이 남는다.
면세범위 150달러는 판매를 위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당근은 어떨까? 배송비도 수수료도 안 들고 꿀인데? 찾아봤더니. 내가 써서 중고가 된 물건을 제외하고, 새 상품, 중고 되팔이는 신고 없이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다(간이과세자나 50회 미만은 봐준다네;;). 당연히 밀수 법은 따로 적용된다. 아직, 아나바다 정서와 법규 간의 정식 승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초식동물인 나는 못한다.
해외구매대행은 사업자 등록할 때 전자상거래 소매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적용되는 세금이 다르다.)
그럼 다들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너무 억울하고 당황스러워 뒤져 봤더니, 아!! 대 숙청의 시대가 임박했다. 피바람이 불겠다. 소상공인이라기보다는 거의 나노상공인에 가까운 전자상거래 소매업자(전자상거래는 세율도 엄청 높은 업종이었다.)들을 대상으로 설마 대대적인 단속을 시행하진 않겠지? 경고장 뿌리고 훅 털어내겠지? 했다가, 이 정도 경쟁이면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같은 카테고리 업자를 쫙 신고하여 쓰나미처럼 밀어내는 그날이 금방 오겠는데. 싶어졌다.
벌금이 엄청나다.
관세범죄: 밀수입
위반내용: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한 물품과 다른 물품을 수입
처벌: 5년 이하 징역 또는 관세액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 밀수품 몰수(몰수 불가시 시가 추징)
관세범죄: 부정수입
위반내용: 수입 요건을 미구비 또는 부정하게 갖추어 수입
처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시가는 범칙행위 당시 국내 도매가격을 의미
심지어 신고자에게 포상금도 준다.
수입식품법을 위반해 무등록으로 영업하거나 수입 신고 없이 식품을 수입하는 행위, 영업정지 명령을 위반해 영업하는 행위 등 중대 위반행위를 신고한 자에게 지급한다... 무등록 영업(20만 원)
물론
모든 것을 적법하게 처리하고도 이익을 낼 수 있다. 당연히 그렇다. 그 숫자가 충격적이라는 게 문제다. 한 달에 매출 천만 원! 하셔도 그분의 실제 소득은 100만 원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셀러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 플랫폼들의 핵심 전략인데 이것이 날 때부터 훈련된 우리의 계급, 능력주의 버튼을 찜꾹 한다. 매장이 없으니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매출 사이즈니까. P2E랑 비슷한 향기가 난다.
할 수 있다. 열심히 해서 100만 원 매출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매일 울 거다. 일단 돈이 나오니 멈추지 못할 거다. 엉뚱한 곳에다 보상을 내놓아라 진상을 떨 것이다. 나는 이 일에 맞지 않는다. 결론을 내렸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런 경솔한 짓을 한 걸까. 몇 년 전에 사업자 등록 직전까지 갔다가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때문에 확 접었던 기억이 그제야 떠올랐다. 아무것도 안 하면 한 달에 20만 원은 덜 쓴다. 결론 났었는데. 왜 그랬을까 나는. 코인도 애플 주식도 마이너스 났잖아.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차를 몰고 집을 나섰더니 머릿속이 단번에 맑아졌다.
시작했으니까, 알게 된 거다.
내가 세운 사업 계획도, 아닌 방향을 알게 된 거지 전자상거래 소매업이 맞다. 차근차근 좀 더 시간을 들이고 아닌 것들을 쳐내면서 맞는 방향을 찾아가면 된다.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도 허황되게 뜯어가는 건 아니다. 소득에 맞춰서(공동 명의인 우리 집 공시지가에서 대출 금액을 빼주면 얼마나 좋을까) 기준에 맞춰서 내면 된다.
그리고 블로그랑 인스타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까 기획해 놓은 책이 두 권이나 있는데 지금 만들까. 글 써서 버는 게 원가는 싼데.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매일 써서 맞춤법 검사만 하고 아몰라~ 발행하는 게 재미있다...
애들은 싫어한다. 엄마 쇼핑몰 한다고 자기들 뒷순위로 미뤘다며 대놓고 불평한다. 내가 언제 쇼핑몰 한다고 했냐. 그래 쇼핑몰이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