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외롭고 같이는 괴롭다

사회생활 시작의 맛 - 텃세

by easygoing

공유 사무실을 찾다가 여성창업 지원을 목적으로 작년에 생긴 지역 커뮤니티 한곳에 방문했다. 총무님과 오리엔테이션 할 때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사용자가 드문) 재봉틀이 2개나 있고 얼마 전에 구입한 오버로크 재봉틀도 있다. 원단을 제외한 모든 도구들이 갖춰져 있다. 커뮤니티에서 자체 진행하는 재봉틀 강습이 3개나 된다. 내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정보를 위한 별도의 개인 강습도 문제없다. 나의 니즈가 커뮤니티 설립 취지와 매우 맞는다고 했다. 성격 급한 내가 무려 2주를 얌전히 기다렸다. 드디어 월례 회의 날. 자기소개 및 인사도 조그맣게 하고 최대한 순한 캐릭터를 유지했다. 새로 오신 분 재봉틀 강습 부탁드립니다. 회의를 마친 총무님이 퇴장하셨다. 분위기는 급 돌변했다.


1. 조용히 무시

2. 지금은 내가 바쁘니까 다음 달(4월) 후반에 연락을 주겠다.(내가 '4월 초에 물건 나와야 해서 3월 안에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말 한 직후)

3. 이거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웃으며 퇴장


아니 클래스에 3회 연속 아무도 안 왔다면서? 스케줄 맞추고 강습비도 내겠다고 했는데? 아주 당황스러웠다. '내가 자꾸 말 끊어서 미안한데-'라며 끊임없이 대화에 들어오는 제3 자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새벽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와- 나 사회생활하는구나. 이거 텃세구나. 주야장천 맨즈 플레인이던 경험이 확장됐다.

내가 아니라 강습을 피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가지 기술 배움의 기억을 소환해 보았다. 가르치시는 분에게 질문을 하면 안 된다. 나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음성언어 이해가 심각하게 느리다.) '왜요?'를 못 참는다. 대부분 이 행동은 '도전'이나 '의심'으로 받아들여졌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지 않고 내가 입을 다물 때까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도 많았다.


제가 추려놓은 몇 가지 사진들이 있는데요,
그렇게 만들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 지 배우고 싶어요.
기본적인 재봉틀 사용법이랑 원단의 종류와 특징,
적합한 원단을 고르는 방법도 궁금해요.
제가 이쪽으로는 경험이 하나도 없어서 배워야 할 게 많아요.



너무 구체적이어서 무례했다! 가르쳐주시는 대로 배우겠습니다- 가 모범답안이었네! 지금 깨닫다니...




총무님이 생각하시는 입주자들과의 관계와 입주자들이 생각하는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많이 달랐다. 나는 지역 커뮤니티가 처음이다. 애들 학부모 모임도 도서 도우미 정도가 끝이다.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진상처럼 달라붙어서 경험치를 높여볼까? 하는 생각과 여기 요대로 건드리지 말고 '그 외'로 거리를 둘까? 하는 생각이 엇갈린다.




그나저나 재봉틀 독학이 시작되었다. 일단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와야 겠다(ㅋㅋ). 그리고 유튜브를 들이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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