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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Mar 03. 2022

등이 아픈 식도염

무시무시한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은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또 다른 만성질환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밀가루, 매운 음식, 파마늘, 튀김 등을 안 먹었다. 소화가 안되니까. 먹으면 더 이상 놀 수가 없다. 심할 때는 버블 속에 갇힌 것처럼 눈앞이 뿌옇고 귀가 안 들린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들 뭐 먹고 사냐고 웃는데 '밥, 떡, 채소, 과일, 고기'라고 답해주면 조용해진다. 고춧가루와 파마늘 안 들어가는 음식이 꽤 많다.



 갑자기 등에 한기가 느껴졌다. 견갑골 아래쪽에 냉기 흡수체가 있는 것처럼 등이 어마어마하게 시리고 아팠다. 너무 오랜만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파스를 붙이고 온찜질을 2~3일 했더니 괜찮아졌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뱃속이 불편했다. 밤에 오징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 식사에는 문제가 없어서 또 넘어갔다. 그리고 근 10개월간 잊고 살았던 메스꺼움이 시작됐다. 저녁을 너무 빨리 먹었나? 하다가 결국 구토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안 괜찮았다.



담 온 것같이 아픈 등
누가 목을 꽉 조르고 있는 느낌
숨쉬기가 어렵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상태



 이 느낌은 바로! 역류성 식도염

 작년 이맘때 이 상태로 며칠을 뒀다가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귀찮아서 누룽지나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버텼던 게 실수였다. 그날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등과 배, 그러니까 몸통 전체에 통증이 왔다. 어느 곳이건 무엇인가 닿으면 그 부분에서부터 물에 풀린 잉크처럼 통증이 번졌다. 동네 병원에서 2시간 동안 진통제를 맞았는데 더 아파서 결국 응급실에 갔다. 거기서는 아예 누울 수가 없어서 침대에 앉아 몸을 흔들며 진통제를 맞았다. 아, 진짜 징하게 아팠다.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에 염증이 생긴 걸 말하는데(당연히;) 보통 사람들은 내과에 가서 3~4일 약을 먹으면 가라앉는다.



이 이야기는 오로지 제 개인적 상태를 서술한 것으로 사람마다 증상이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각해지는 신호


1. 등에 한기가 느껴지고 아프다.

2. 목 옆쪽과 등이 연결되는 부분이 뻐근하다.

3. 먹을 때는 괜찮은데 체한 것 같은 상태가 나아지질 않는다.

4. 커피나 홍차를 마시면 식도가 조이는 느낌이 온다.

5. 억울한 일도 없는데 울컥할 때의 상태(목구멍과 가슴에 응어리가 찬)가 지속된다.

5. 가슴이 답답하고 들이마신 숨이 폐까지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

6. 아침에 일어나면 목구멍이 닫혀서 음식이 삼켜지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면 이미 상태가 심각한 거다. 그 즉시 1~2주 정도 정성을 쏟아 회복하지 않으면 한 달 이상의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 만성인 사람들은 불편함이 익숙해서 임계점을 넘긴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일간 지옥에 깜짝 방문했다가 돌아왔다.

 약을 먹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나의 경우 물리적으로 푸는 게 도움이 된다). 집 나갔던 내장은 어제 돌아왔지만(쉴 틈 없이 꾸르륵거리고 배가 물렁물렁) 오늘 아침은 6번이었다. 입안에 있던 걸 끝내 못 삼키고 다 뱉었다. 정성껏 미음을 끓여 이제 나을 때가 되었어~ 식도야~ 이러면서 살살 떠넘기니 목구멍이 열렸다. 음식물이 들어가니 컨디션도 확 좋아졌다.


 아직 등도 쑤시고 어지러움에 모니터 보는 게 힘들지만 역류성 식도염에 사흘을 아주 풀 사이즈로 던져준 게 억울해 일어나 앉았다. 내 탓이지만 내 탓이 아니기도 하다. 최근 밖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렇게 한 번 앓아눕고 나면 어느 정도 회복하기 전까지 의기소침한 날들을 보내야 한다.


의기소침

 인간의 정신이 조조해져 있는 상태이거나 또는 슬픈 일에 직면하거나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정신적으로 울적한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서는 작업 직장에서 작업할 때라도 작업 동작이 정상상태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적극성이 결핍되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서 재해를 발생하게 된다. 

[산업안전대사전] 최상복/도서출판 골드(2004) 

아니 웬 비문이 이렇게...



 이제까지 나는, 나의 스트레스는 상황적인 것으로 죽거나 홀로 떠나지 않는 한 풀리는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번에 누워있는 동안 바뀌었다. 풀린다. 아무리 심하게 엉킨 실타래라도 별실로 쓸 만큼 한 50cm 정도는 잡아 뽑을 수(ㅋㅋ)있다. 그거 50cm 푼 거잖아? 회복되면 연습장을 다시 나가야겠다. 공을 팡팡 때려주면 조금 후련해지겠지. 그동안 그래서 컨디션이 좋았었나 보다.



아, 또 뜨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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