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좋아 카드값 싫어
미싱 카페에서 원단 재단기라는 제품을 알게되었다.
내 찜질팩은 많이 팔릴거니까 업무 효율을 위해 이건 꼭 있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무게는 전선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2.5kg.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도착한 상품의 브랜드명이 전혀 달라서 확인해 보니 상세페이지에는 제품명 브랜드 언급이 없고 사진 속 제품은 상표 부분이 지워져있었다. 상세페이지 속 제품 사진도 잘 뜯어보니 한 가지 제품이 아니었다.
저녁엔 착불 5500원이니 돈 보내라는 택배아저씨의 문자가 왔다. 다시 가서 보니 배송비 부분에 착불 5000원이라고 쓰여있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반품 신청을 했다.
제품이 다르다. 착불 택배비도 보상해달라고 했다.
다음날 오전까지 답변이 오지 않아 톡으로 판매자에게 문의를 했더니 반품을 안 해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왜냐하면 더 좋은 거니까!
'우리가 써봤는데 부품도 더 좋고 그거보다 훨씬 나은 거예요. AS 해드릴 테니까 그냥 쓰세요.'
'물건이 다르잖아요. 반품해주세요ㅠㅠ '
'그냥 쓰시라니까요. 물건 좋아요.'
신고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메시지의 맞춤법이 많이 틀려있고 띄어쓰기도 전무한 것이 울 아버지랑 똑같았다.
나이가 있으신 사장님이구나. 생각하고 저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의 앞뒤를 상상했다.
나는 온라인에서도 판다. 미싱 포함 이쪽 기계들은 내가 다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시켜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 상품 문의가 들어오면 문자로 답변해 주면 된다. 파는 게 다 똑같지.
그런 건가 봐 ㅠㅠ
'상품이 다르다'는 '사장님 믿고 그냥 쓸께요-'로 별 1개는 별 5개로 리뷰까지 수정했다.
한심하지만, 이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올바른 행동이었다.
연습을 몇 번 해봤다. 몇 장을 겹쳐놔도 다 잘렸다.
톱날이 돌아가는 기계를 손에 쥐고 있다는 압박감과 기계 소리에 잔뜩 흥분한 나는
가로세로도 확인하지 않고, 본도 올려놓지 않고, 마킹도 없이 숫자만 보고
오로지 여러 장을 한 번에 똑바로 자르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기계를 움직여서
정확히 10초 만에 가장 비싼 원단 2 마를 홀랑 날렸다.
나는 이공계니까 최소한의 절단으로 최적의 효율을 성취하겠다며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어찌나 접고 접어 잘랐는지
살릴 수 있는 조각이 하나도 없었다.
바닥에 드러누워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즉사할 뻔했다. 내가 나를 죽였다 살렸다.
설명서가 중국어와 영어인데 A5 2단 접지 형태로
설명서라기보다는 단어 소개 수준ㅠㅠ
기름 쳐야 하는 부분 화살표만 있고 청소법은 없어서 연구 중이다.
내 부실한 관절에 무리가 갈 정도로 많이 무겁고 소음이 꽤 크지만.
겁나게 잘 쓰고 있다. 정말 편하다.
심지어 내 재봉틀과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