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신이 나게 달려보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벚꽃이 끝나고 콩국수가 시작되고 있다.
시행착오의 도르마무 중 오프라인 판매가 시작되었다.
회의를 3번 했다. 의견이 충돌했다. 내 입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관련 없는 문장들을 업고 줄줄 새어 나왔다.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경험은 정말 신선했다. 말과 말이 섞이면서 파도와 조류가 엉키는 것 같았다. 넷플릭스 바이킹스를 엄청 열심히 보고 있는데 몰입해서 그런가 보다.
해결되는 것도 결론 나는 것도 없이 회의가 끝나고 다음 회의 때 지난 회의 내용을 각각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분명히 진행되었다. 판을 정리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서로 앞다투어 머릿속에 엉켜있는 대강의 느낌을 전달하고 그것이 뭔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동시에 깨달아서 덧붙이고 덧붙이고 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대화를 확인하고 열심히 메모해 가신 그분이 바로 다음 날 완료되었다. 파일을 전달해 주셨다. 이건 뭐지? 피자집을 해 보려고 어떤 피자를 만들지 결정하는 회의를 했는데 의견 취합이 안돼서 뉴페이스를 모셔왔더니 그 사람이 비빔밥을 내놓은 상황. 그런데 아무도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너무 황당했지만 내가 뭘 잘못 알았나 보다 결론을 내리고 평화 수호자가 되었다. (어찌 되었건 일은 진행되었다니까!)
회사가 아니어서 그런가 갑을이 없어서 그런가 각각 할 수 있는 만큼을 하고 선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의 건강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획서를 내라고 했더니 어떤 사람은 카톡 문자 몇 줄을 보내고 어떤 사람은 pdf를 보냈다.(그래도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정말로!)
놀랍게도, 기한을 못 맞추고 그놈의 카톡 거부증을 고칠 생각이 없고 꼭 회의 끝나고 난 뒤 담당자에게 따로 의견을 전달하고 수정해달라 요구하는 진상 캐릭터가 나였다. 하하하
지금 확인해 보니 딱 한 달이 걸렸다. 여기까지. 와. 말도 안 돼. 한 3개월은 지난 것 같았는데.
재봉틀 산 게 3월 17일이다. 이번 달 카드값을 보니 실감이 확 난다.
제품을 기획하고 브랜딩을 하고 도메인을 사고 제작까지 한 달.
어제 적어놓은 내일 해야 할 일 리스트의 반도 해결하지 못해서 매일매일 '늦었어'와 '느려' '아직도'를 반복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런데도 단체에 몸을 실었더니 자동으로 딸려 진행되었다. 진정 버스 탔다. 문제는 제품을 안 만들어 놨다는 것. 어제는 판매할 상품을 가져와 매대를 만들기로 한 날이었다. 4시 약속에 5시 30분 넘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시점에 도착했다. 제품을 겨우 만들어서 포장해 갔는데 가서 보니 상품을 진열할 준비를 전혀 안 했다는 것을 알았다. 제품 포장한 박스만 우르르 들고 갔는데. 약간 기절하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영역을 사진으로 찍고 사이즈를 측정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만든 제품은 모두 박스 안에 포장되어 있어서 영혼을 갈아 넣어 곱게 싸놓은 박스 2개를 일단 뜯었다.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몇 년 전 북 페어에 참여했던 기억들을 소환했다. 빈약한 책 6권을 120cm 테이블에 올려놓고 팔았다. 일단 가격표가 급했다. 그리고 상품 설명이 필요했다. 기획할 때 시각, 촉각,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써 놓고 정작 팔 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상세페이지 만들어서 스마트 스토어에 올려야 하는데- 그 생각만 했고, 사진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그 비싼 사진 책을 3권이나 사서 책상에 쌓아두고 핸드폰 카메라 테스트만 죽도록 하고 있었다.
일단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해서 먹고 목욕도 다녀왔다. 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벚꽃 사진도 찍고 나름의 리프레시 시간을 가졌다. 남편이랑 넷플도 한 편 보고 1시 30분에 방으로 들어와서 가격표를 만들었다. 밤을 새웠다. 항상 그랬듯 완성이 아니라 마무리로 끝났다. 지금까지 전자상거래 소매업을 해보겠다며 구입했던 모든 실패 물품들을 전부 꺼내놓고 매대 진열을 구성했다. 잘못 산 원단과 실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모두 사용했다. 매우 뿌듯했다. 뭔가 해 냈다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
오늘 매출이 하나도 안 나왔지만(솔직히 이번 행사에서는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기 내 매대가 있고 내가 만든 상품이 가격을 갖고 진열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성공했다는 만족감이 든다. 이 정도의 성취감 얼마 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