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고 만든 가방도 있어예
마을 장터에 핸드메이드 셀러로 참가했다.
북페어나 북마켓에 참가했을 때에는
99% 20대인 100여 팀의 제작자들 사이에 앉아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홀로 앉아 외딴섬 역할을 하느라 차암 힘들었고
리소 프린팅과 실크스크린의 화려하고 풍부한 이미지 파티 속에서 먹 1도 디지털 인쇄된 내 책 5권이 파묻히지 않도록 애쓰느라 차암 힘들었고
구매자가 내 책을 어떻게 생각할지, 아니 과연 읽기는 할지 내가 만든 책이 암흑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차암 힘들었다.
장소는 당연히 서울이고(부산에 간 적도 있었다ㅠㅠ) 참가비도 5만 원 전후
항상 20kg 캐리어 가득 책을 가져가서 5권 겨우 팔고 크고 무겁고 값비싼 책을 사 오는 슬픈 서사의 반복.
어제는 당연하게도 집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곳에서 열렸고 참가비 2만 원. 3시부터 7시까지 약 20개 팀이 함께 했다.
손 쪽쪽 빠는 아기 둘을 태우고 다녔던 추억 속 웨건이 거의 10년 만에 창고에서 나와 열 일을 했다.
찜질팩 만으로는 120cm짜리 테이블을 채울 수 없어 늘어놓을 수 있는 물건들을 죄다 꺼내어 이리저리 배열해 보고, 가방이 상품처럼 보이게 진열하기 위해 옷걸이를 동원할 것인가 새로 뭔가 구입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도 있었다.
물건은 7개나 팔았고 딱 1개만 사 왔다.
책과는 다르게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고(지나가는 사람도 본다!!) 사용을 확신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기뻤다.
장터 참가를 마친 후 느낀 점
1. 찜질팩에 커버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세탁을 원한다.
2. 사람들은 작은 가방을 좋아한다.
3. 핑크와 화이트 가방은 세탁 가능 유무와 상관없이 실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4. 1만 원 미만의 간단한 소품들이 잘 팔린다.
5. 손으로 '린넨가방' 이라고 써 간 사인물 효과가 아주 좋았다. 문장 금지.
6. 키친크로스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물건은 직관적인 용도가 있어야 한다.
7. 모든 가방의 디자인이 다르다는 점은 혼자만의 만족일 뿐. 사는 사람에겐 이득이 없다.
메이커스 담당자님이 오셨을 때
이것들이 제 인생 마지막 가방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 만들려고요. 하면서 웃었는데
장터 마칠 시간에 운영자님이 첫 참가 환영 인사를 해 주시면서
찜질팩 정말 잘 만드셨는데 날이 더워서 묻혔네요 아쉬워라. 하시자
여름 상품으로 가방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영자의 이토록 위대한 능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