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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Sep 19. 2022

코로나로 인한 귀 주변 신경통

아기다리고기다리 코로나

우리 가족은 안 걸리는 줄 알았다;



열이 나면서 뒤통수 쪽 몇 군데에 통증이 시작됐다. 

바람만 닿아도 찌르는 듯한 통증. 알고 있는 위치에서 알고 있는 강도로 아팠다.


열이 안 내려가 타이레놀을 정말 왕창 먹고 있는데 통증은 더 심해졌다.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다.


"제가요, 오른쪽 뒤통수에 신경통이 심해서요."

"두통이 있다는 말씀이죠?"

"아, 아뇨, 두통은 아니고 신경통이..."

"머리가 아프시다면서요."

"네, 머리이긴 한데 이게 제가 원래..."

"머리 아프시면 두통이잖아요. 목이 부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느낄 수 있어요."

"아뇨, 저는 지금 호흡기 증상은 하나도 없어요, 목은 안 부었어요."

"염증 반응이에요 항생제 드세요. 계속 아프면 대면진료 가세요."


이잉ㅜㅜ


항생제 9알이 집에 도착했다.

얼른 집어먹고 누워서 약효를 기다렸다.

2시간쯤 지나자 통증이 뭉툭해졌다. 


체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아이 때문에 밤을 새우고 나니 본격 통증이 시작되었다.


 야. 정말. 귀를 잘라내고 싶었다. 귓속을 제외한 귀 연골 부분과 주변의 머리뼈 몇 군데가 불에 달군 송곳으로 꽉꽉 찌르는 것처럼 초 단위로 아팠다. 찔릴 때마다 통증과 경련이 심해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뼈 부서졌을 때가 차라리 나았다. 아픈 곳이 아픈 만큼 아프니까! 2초 뒤에 어디가 아플지 알 수 없고, 타는 것 같았다가 찌르는 것 같았다가... 딸꾹질처럼 멈췄나 하면 더 세게 아팠다.


 다들 잠이 들었는데 혼자 내 방에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쩔쩔매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소리 내 울었다.


아파~!!! 아파~!!! 아프다고!!! 으앙!!!


속이 좀 풀렸다. 


심한 통증을 겪을 때마다. 고립감을 느낀다.

얼마나 아프냐고 어떻게 아프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도 없고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솔직히 물어봐도 대답하기 힘들긴 하다. 통증이 심하면 말을 할 수가 없다. 대답 안 한다고 짜증 좀 내지 마라. 응급실 놈들아.)  


이 통증은 나만 느낄 수 있고 내 안에만 존재한다. 

통증이 사라지고 나면 그게 진짜 있긴 했었던가 정말 끝난 건가

우물에 빠진 것처럼 무서운 기분이 든다. 


내가 정말 엄살이 심한 건가? 남들은 다 참고 아픈 티 안 내는데 내가 나약한 건가?

스스로를 의심했던 때도 있었다.


뭐. 좀 창피하지만 큰 소리를 내고 울고 나니 들은 사람은 나뿐이지만 좀 후련했다. 통증 있음. 나도 있음. 증명한 기분.


운다고 통증이 해결되진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전기 충격은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사람 몸에서 이 정도 전기가 발생하는 게 말이 되나?'

'이거 측정하면 몇 볼트 나올까? 오징어 한 마리 정도는 충분히 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전기가 아니라고 해도 내 몸이 이렇게 경련으로 구겨지고 튀겨지는데 이건 에너지로 쓸 수 있다고 봐야지.'

'아, 이거 안면 마비 온다. 근육 계속 풀어야겠다.' 

이러면서 


우리 업자들이 즐겨 쓰는 표현으로

통증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었다.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어 가며 버티다가 9시가 되자마자 다른 병원에 대면진료 신청을 했다.

양손으로 오른쪽 머리통과 목덜미를 부여잡고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자에 앉기도 전에 "신경통이네요." 진단.


 신경통 약을 처방받아먹고 3시간 정도 기다렸다. 왜 계속 아프지? 젠장, 망했다. 약의 용량을 확인하려고 몸을 일으켜 주방에 갔는데, 걸으면서 아이고야, 아야, 으아~ 하긴 했는데 악 소리가 안 나왔다. 전압이 줄어들어서 경련 시 머리만 돌아갔다. 저녁 약을 한 번 더 먹고 나서는 3일 만에 꿀잠을 잤다.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숨통이 트였다. 약이 끝나면 다시 아플까 봐 걱정했지만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둔 지금 신경통은 분명 사라졌다.(통증에 따른 후유증 약간 있음)


 신경계 증상으로 미각상실도 발생했다. 하지만 나는 장금이 봉침 맞는 얘기 말고는 미각 상실이라는 증상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던 때 2번이나 미각상실로 대학 병원을...

미각상실은 어느 날 생겨났다가 어느 날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전염병이라니   


하하




공포스러운 수준의 통증에 대해 "코로나는 증상이 워낙 다양해서 아무도 모릅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인터넷을 뒤져봤다. 비슷한 증상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다는 이후의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 기록해두려고 한다.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 
근육통이 심하고 열이 높았지만 목은 붓지 않았고 기침이나 가래, 코막힘도 없었다. 신경통 증상은 이틀째부터 심각해졌고 일반 진통제는 효과가 전혀 없었다. 오늘쪽 귀 바깥 연골과 머리뼈 주변에서 초 단위 통증이 지속되었고 진정되지 않았다. 온찜질 냉찜질 다 효과가 없었다. 신경통 약(항경련 제)을 처방받아 복약 2회 차부터 통증이 가라앉았다.(약 부작용이 상당히 강하다 구토 주의.)
마지막 약을 먹고 30시간이 지났지만 통증은 재발하지 않았다. 통증이 있었던 부분은 얼얼하고 먹먹하다. 코로나 증상은 사라졌지만 미각상실과 함께 체온조절이 잘되지 않아 춥다 덥다 하면서 땀이 아주 많이 난다. 미열과 함께 약한 장염 증상이 있다.


 약 4일 만에 괜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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