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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Mar 25. 2024

할 거라고요, 운동

운동 싫어증에 걸린 한국인의 도쿄 운동 연대기


이직으로 2018년에 일본으로 돌아온 후, 이런저런 운동을 깔짝대었다.


https://www.jumpone.jp/ 요기서 가져옴

처음엔 트램펄린.

출근 전 운동이란 한국의 루틴을 일본에서도 잇고 싶어서 시작.

작은 트램펄린 위에서 방방방 뛰는 건데, 이 트레이닝 시설인 jump one(점프원)이 회사 근처에 있는 데다 출근 전에도 수업이 있어서 등록했다. 족저근막염을 얻고 몇 달 만에 그만뒀다.


운동 끝나고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 옷 받으러 감


두 번째는 5명까지 동시에 봐주는 세미 퍼스널 트레이닝.

족저근막염과 요통을 전문가와 함께 해결하고 싶어서 시작.

월 9회에 2만 엔 조금 넘음. 대신 샤워시설이나 홀로 유산소 트레이닝 가능한 시설 없음. 예전 일본 국가대표 선수의 물리치료 트레이너였던 사람이 지정 시간에 맞춰 회원님은 오늘 이거 하세요- 하고 그날의 프로그램을 짜주고 자세도 봐줬다. 50분만 운동하면 돼서 너무나 좋았다. 코로나 기간에 이 트레이닝을 계속하며 그나마 몸을 움직였으나 질려서 2년 하고 그만둠.



신발, 옷, 가방, 라켓은 남았다…


세 번째는 테니스.

놀이처럼 운동을 하고 싶다+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다+회사에 새로 입사한 한국인 동료가 실은 테니스 선수였다 는 이유로 동네 테니스 스쿨의 기초반 시작.

시작한 지 반년만에 근막을 찢어먹고 반년 휴식. 다시 시작 후 어찌어찌 이년을 채웠으나 질려서 그만뒀다. 질림의 가장 큰 이유는 홀로 연습을 할 수 없다는 점. 8명으로 구성된 기초반은 주 1회 1시간 50분 수업이었으나 홀로 연습도 안되고, 이게 맞나? 하며 어버버 하다 실력이 늘지 않으니 점점 재미가 없어지더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로 땀이 나면 온몸이 부풀면서 간지러워진 것도 그만둔 이유 중 하나.



네 번째는 테니스와 병행한 양궁.

양궁을 너무 좋아해서 시작. 체력 증진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운동이다. (양궁 일기는 따로 글을 쓰고 있으니 자세한건 거기서.)



연말에 테니스를 그만둔 후 세 달을 놀았다.

작년에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으로 세 달 만에 10킬로가 찌며 체력이 뚝 떨어지고 건강이 나빠진 게 느껴진다.

테니스 다음 운동으로 요가나 필라테스를 할까 했는데 둘 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는 예약이 어려워서 포기.


한국에서 회사원일 때는 회사 근처 헬스장에 가서 피티를 받은 후 출근을 하곤 했다. 그 경험이 좋아서 다시 하고 싶은 맘에 알아봤지만 일본에서 새벽 피티는 절대 불가능했다(일단 그 시간에 수업이 없다). 또 60분 피티가격이 만 엔(10배로 계산하면 십만 원) 이상으로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가격이다.


운동을 싫어해서 돈 내고 벌 받은 경력이나 세미 트레이닝을 받은 기간이 길어 운동 프로그램이 대충 몸에 익어 있으므로, 이번엔 출근 전에 홀로 운동을 해볼까 싶어 역 근처 헬스장(일본은 짐이라고 함)에 상담 예약을 했다. 일본은 뭐든 예약을 해야 한다. 갑자기 참관하고 싶어요! 하면 대부분은 예약 후 다시 오라고 한다.


상담 예약을 한 곳은 anytime fitness(애니타임 피트니스).

일본에 꽤 많은 곳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24시간 운영과 동시에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 지점을 추가요금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가격도 만 엔 이하인 점이 매력. (코나미스포츠 같은 곳은 이용 시간이 내 업무시간과 겹치고, 회원등록비+사용료가 거의 이만 엔이라 엄두도 낼 수 없다. 일본은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면 돈과 시간이 많아야 한다.)


한국에 한번 돌아가면 최소 3주 정도 머물기에 운동 시설에 돈만 내고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꽤 발생하는데 다행히도 한국 집에서 전철 두 정거장 거리에 애니타임이 있어서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갈지는 미지수다)


생각난 김에 돈을 내야지. 돈이 아까워서라도 나가야지.

집 앞 공원에서 조깅을 하자는 결심을 하고 단 하루만 나간 의지박약자는 지출이라는 아픔으로 두들겨 맞아야 겨우 움직이는 법.


30대의 마지막은 좀 건강해지자. 매년 다짐하지만 올해는 정말 건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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