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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Aug 16. 2018

외국인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일원이 되다.

4월 30일, 전 직장을 퇴사하고 생각보다 길게 휴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자 수속에 걸리는 기나긴 시간에 지쳐 내가 정말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입사가 취소되면 어떻게 하지? 하며 고민했습니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메일함을 확인하고 걱정하던 날이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비자 수속이 늦어져 7월 입사는 결국 8월 16일로 미뤄졌습니다. 덕분에 그 시간동안 미뤘던 수술을 받고, 집에서 잔뜩 게으름도 피워보고, 남해 여행과 유럽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물론 모아둔 돈이 별로 없었기에 남아있던 월급은 일본으로 오기 전 똑 떨어졌지만요. 지금은 적금을 깨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브랜드에서, 그것도 한국이 아닌 나라에 있는 본사에서 일하게 되다니. 입사 당일인 오늘도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아침 8시 45분까지 출근을 하는 일상이 시작되는 것도 믿기지 않아요. 그렇게 이른 시간에 어떻게 출근을 할지 걱정도 되지만, 첫 회사 출근시간이 7시 15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익숙해짐이 답일 듯 합니다.


지금 도쿄에 있고, 외국인으로 일하기 시작한다는건 제 인생에서 꽤나 큰 일 중 하나라 생각해 이렇게 기록을 남길 뿐입니다.


2007년에 일본어 학원에 가기 위해 매일 다녔던 길을, 2018년에는 회사를 가기 위해 매일 다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은 내일 제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미리 가방도 싸 두었습니다.


새로 산 에어팟, 지갑, 보조배터리, 필기도구, 각종 증명서, 여권, 노트, 스케쥴러가 가방에 들어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여권은 거의 필수품이네요.


오랜만에 6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이쿄선을 타고 이케부쿠로역에 내려 선샤인쪽 출구로 나가 한참 걸으면 나오는 회색 건물로 첫 출근을 하게 되는 8월 16일을 맞이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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