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듣고도 외국인을 구분할 수 있는 일본 여자 화장실
옆 칸 사람, 외국인이겠군.
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화장실 옆 칸 사람을 보지 않아도 외국인인지, 일본인 또는 일본에서 오래 산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을 익히게 된다.
익히는 법은 별로 어렵지 않다. 소리만 구분하면 되는 초심자용 마법이니 말이다.
일본 여자 화장실을 사용한 사람은, 아래 그림과 비슷한 기계를 벽에서 본 적이 있을거다.
또는 비데에서 이런 그림을 봤을 수도 있다.
여행자라면 그냥 지나칠 만한 사소한 것이지만, 이 사소함으로 옆 칸 사람이 일본인(또는 일본서 오래 산 외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할 수 있다면 믿겨지겠는가?
音姫(오또히메:소리공주/음희), 또는 音(오또:소리/음)라는 이름의 이 버튼을 누르면 꽤나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는 '변기 물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눈치챘다면 당신은 꽤나 예리한 사람이다. 이건 바로 '배설음을 덮어주는' 기능이다.
이용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변기에 앉는다.
2. 물 내리는 소리를 작동시킨다.
3. 뱃 속의 것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4. 돌려보낼 때 시간이 걸리면 소리 버튼을 또 작동시킨다.
5. 변기 물을 내린다.
유학을 시작하던 시절, 내게 한 일본인이 말했다.
"쉬하는 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들리게 하는건 예의가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물을 내리면서 볼 일을 봐야지."
"???!!?????!!!!?!?!?!?!?"
아직 꼬꼬마였던 나는 큰 문화충격을 받았다. 물을 한 번 내릴때마다 10리터가 넘는 양이 버려지는데, 그걸 단지 소리를 덮기 위해 두 번이나 내린다고? 내릴 때 튀기는 물이 몸에 닿잖아!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도쿄. 자본이 몰리는 곳. 오래된 화장실이 아니면 물 내리는 소리를 내는 버튼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고, 물을 두 번 내려야 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제로 오토히메가 탄생하기 전, 일본 여성은 볼 일을 볼 동안 평균 2.5회 물을 내렸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누군가가 응아를 한다 싶으면 '누가 똥싼다!!!'란 소리와 함께 우르르 달려가 화장실 문을 치며 놀려대던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공중 화장실에서 배설에 동반한 소리가 새어나오면 민망해지는데, 물 내리는 소리 기능이 그런 소리들을 덮어주니 조금 더 마음 편안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참 자신의 흔적을 안 남긴다. 쓰레기도 정해진 곳에만 버리는 편이고 (물론 더러운 곳은 더럽다) 규칙도 잘 지키는 편이다. 화장실에서도 소리라는 흔적이 누군가의 귀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물소리로 자신의 소리를 덮는다.
이런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물 내리는 소리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고 볼일을 본다. 그렇기에 옆 칸 사람이 일본인 또는, 일본에서 오래 산 외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혹 일본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저 기능을 한번 체험해보는건 어떨까. 물론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말이다. 물소리 기능이 없는 화장실도 있으니 그 땐 자연스럽게 하던 대로 일을 보면 될 것이다.
+일본 남자 화장실에도 물 내리는 소리 기능(오또히메)이 있는지 궁금하다. 제보 부탁한다.
※Title image from TOTO https://jp.toto.com/greenchallenge/technology/story/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