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토마토 키우기

자급자족의 서막

by 새벽세시공작소

1인가구는 음식물 쓰레기가 참 애매하게 생긴다.

아예 많이 나올 때는 작정하고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에 가져다 버리면 되는데, 요리할 때 조금씩 생기는 찌꺼기나 냉장고 한편에서 말라비틀어져버린 한 줌의 과일 같은 것은 그때그때 가져다 버리기가 참 귀찮다. 냉동실에 얼려보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따로 써보기도 했지만 그리 위생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를 고 있는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친환경 음식물 처리기를 만들어보게 되었다.


다이소 흙에서 태어난 이마트 토마토

원리는 간단하다. 빈 통에 흙을 충분히 담고 음식물 쓰레기를 묻어둔 뒤 물을 부어 발효시킨다. 한마디로 퇴비를 만드는 것인데, 놀랍게도 별 냄새도 없이 며칠 뒤 음식물이 분해되어 사라져 있었다. 단, 통풍 없이 방치하거나 너무 많은 양을 넣으면 벌레가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

유투브에 검색해보면 다양한 게시물이 나온다.

사실 친구가 추천한 건 기계였지만, 꽤나 거금을 들여야 하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그리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라 전에 분갈이하고 남은 흙으로 그냥 시도해 본 것이었다.


그렇게 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흙에 풀이 무성해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며칠 전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버린 토마토를 흙에 던져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방울토마토인지 왕토마토 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싱싱한 것만 솎아 화분에 옮겨 심어주었다.


1달만에 제법 키가 컸다.
분갈이 후 3개월 정도 지나니 근처에만 가도 풀냄새가 났다.

처음에 키우던 것들은 너무 작은 화분에 키워서인지 키만 크고 줄기는 연약한 채로 웃자라기만 했다. 좀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해도 더 잘 드는 곳에 두었더니 며칠 만에 줄기가 두꺼워지고 잎도 넓어졌다. 빨래 건조대에 줄기를 노끈으로 묶어서 지지해 주었다.


처음 화분에 옮겨 심어준 건 늦여름이었는데,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니 선물이 찾아왔다.


6개월 만에 열매가 달렸다.

요즘 날이 추워서 열매가 달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열매가 달려 있었다. 씨앗부터 열매를 맺는 데 성공하다니 몹시 신기하다. 어릴 때 학교에서 심은 화분은 많이 죽였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을 주면 안 되나 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대충 던져놓고 키워야 잘 크는 걸까?


신기해서 주변에 토마토 사진도 보여주고 싹도 나눠주었더니 이것저것 키워보라며 려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물받은 느타리버섯 키트는 5일만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생일 선물로 버섯 재배 키트도 받았다. 버섯은 성장 속도가 엄청났다. 아침에 물을 뿌려 놓고 출근했다가 퇴근해서 상태를 보면 그 새 자라 있었다. 5일 만에 키워서 고기 구울 때 같이 먹었다. 향도 진하고 맛있었다.


옮겨준 화분은 쑥쑥 자랐고, 그동안 음쓰통에서는 계속해서 새순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다. 감당이 되지 않는다.

새싹 나눔도 했는데 새순이 계속 나와서 화분이 부족할 지경이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다 옮겨 심어서 토마토 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싶다. 베란다를 온통 토마토 정원으로 물들이고 싶다. 좀 더 잘 키울만한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