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하고 쉰다는 게 이런 걸까요
오늘도 알람 없이 일어났어요.
회사 다닐 때 맨날 꿈꿔왔던 일인데 맘 편히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아침이었습니다.
오늘은 아빠가 쉬시는 날이라서 다 같이 사전 투표를 하고 나들이를 가기로 했어요.
평일이라 사전투표장은 아주 여유로웠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스타벅스(이제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ㅜㅜ)에서 커피를 사가자고 하셨어요.
그리고 안성 시내에 유명한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고 저희 가족이 자주 가는 절 근처 시냇가로 향했습니다.
절이 보이는 길을 따라 목탁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했어요.
녹음이 만들어주는 그늘에 시원함을 느끼면 산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계곡 옆에 자리를 잡고 김밥을 펼쳤는데..!
너무 맛있게 생겼지 뭐예요.
맛도 제가 오랫동안 찾아왔던 가정식 김밥 맛이었어요.
사실 엄마께 김밥을 해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덕분에 엄마께 번거로운 부탁은 안 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돗자리를 핀 곳 옆에는 졸졸졸 물이 흐르고 옹달샘도 있었어요.
김밥과 과일을 먹고 벌러덩 누워서 하늘을 구경했습니다.
그저 찬란하고 아름답더라고요.
그리고 자리를 옮겨 할먼네로 갔어요.
부모님이 부업으로 하는 밭일도 하고 이틀 동안 자란 상추를 빨리 수확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갔죠.
또 상추를 이만큼 땄지 뭐예요.
아빠는 또 무럭무럭 자라라고 물을 듬뿍 주셨답니다.
저녁은 오늘 딴 상추랑 삼겹살을 먹었어요.
야들야들한 상추란 게 이런 건가 봐요.
아주 부드럽고 심심했습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제가 요리 스킬을 발휘해서 삼겹살을 구워드렸어요.
마침 놀러 온 조카와 누나까지 아주 야무지게 먹었답니다.
이렇게 또 가족과 하루를 보냈네요.
그저 쉬고 먹고 걷고 하는 일이 제 정신건강을 얼마나 회복시킬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저는 행복하다는 겁니다.
그저 이 순간을 즐기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