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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깨달아버린 일해야 하는 이유

이 글은 회사밖에 꿈이 있는 사람을 위한 글입니다.

by 재민

“책 쓰는 게 네 꿈이야?

책 내는 건 회사 다니면서도 될 수 있어.

그러니까 퇴사하는 거 한 번만 더 고민해 봐.”



첫 번째 회사인 꼰꼰 건축을 나올 때 본부장님께서 나를 설득하면서 하신 말씀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 이유야 뻔했다. 맨날 막차 타고 들어가는데 언제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으랴.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본부장님의 말 뜻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회사를 퇴사할 때 그 당시 청년들에게 유명했던 내일채움공제로 천 오백 만 원을 나라에서 받았다. 그 돈으로 나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 하고 싶은 것, 독립출판물 출간 등 모든 것을 해보려고 했고 실제로 할 수 있을 만큼 매일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며 시도했다. 그렇게 프리랜서, 틱톡커, 독립출판 작가를 다 해보고 나서 내려진 나의 결론은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 평소에도 창작을 좋아하고 표현하는 것에 능했던 사람이니 당연한 수순이었다(스무 살 때도 그런 이유로 건축학도가 되었지만 산업에 들어와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첫 책 <퇴사 사유서>를 만들고 나는 텀블벅 165%를 달성하고 전국각지에 있는 독립서점에 책을 돌리며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생계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독립출판물로는, 그것도 대박을 치지 못한 독립출판물로는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순이익을 남길 수 없었다. 이때 내 자아는 행성과 행성이 부딪히듯 큰 충돌을 겪는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는데 그것만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고, 생계를 유지하려면 알바를 하거나 취업을 해야 하다니 내 포부 넘치던 퇴사가 실패로 끝나는구나. 성공하지 못한 스스로를 실패자 취급하면서 다 떨어진 통장을 바라보다 결국 다시 건축사사무소에 재취업을 하게 된다.


이후 새롭게 들어간 건축사사무소는 이전에 다녔던 꼰꼰 건축보다는 여유로운 업무강도와 워라밸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연봉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저녁 시간을 확보했다는 아이러니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차피 나는 생계를 위해서 이 회사에 온 것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 주 40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 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 꿈이 끊기지 않게 지탱했다. 그중 몇몇 인터뷰는 티비에도 출연할 만큼의 대작가들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어떤 한 작품이 크게 성공하기 전까지 회사를 다녔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그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을지 불투명했지만, 나도 그들처럼 꿈을 키워가며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마음은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고 단단해졌다.


두 번째 회사에 와서 생계를 유지하며 글을 쓰면서 첫 회사의 본부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갔다. 항상 쓸데없는 일을 시키고 미워하던 본부장님이었는데, 나에게 진심으로 조언해 주셨구나 생각이 들었다. 본부장님 입장에서 그때의 나는 얼마나 무모해 보였을지….


꿈을 이루면 어차피 퇴사할 회사지만 버티면서 일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겉으로는 돈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고 하지만 그 속에는 내 꿈을 지키겠다는 투지가 있다. 지금 내 직업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몫을 다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아 내 꿈을 지킬 수 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두 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또 다른 독립출판물 <사랑한다 요리할 수 있어>를 출간했다. 이 책도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 않지만 소소하게나마 매달 정산이 들어온다. 그런 쏠쏠한 재미로 내 꿈을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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