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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 연속

챕터 : 지적자본론

by 재민

‘베트남 국제 현상’이 끝나고 ‘제천 아파트 신축공사’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처음 김 소장에게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다행인지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의 불안함이 있었다. 2팀의 김 부장님과는 처음으로 합을 맞춰보는 거였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상만 가능했다. 부장님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다고 하자 김 부장님은 의외로 무덤덤하게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셨다.


김 부장님은 2020년 종무식에서 글로벌 설계실 우수 직원으로 뽑혔었다. 지방에 지어질 지식산업센터 실시설계를 혼자 맡아 프로젝트를 완성한 실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듣기로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반대로 ‘제천 아파트 신축공사’ 프로젝트는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부장님이 직접 건의해서 내가 참여하게 된 거라고 했다.


나는 ‘제천 아파트 신축공사’ 프로젝트가 베트남 현상 이전에 했던 다른 아파트 프로젝트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PM인 김 부장님의 몇 가지 장점 때문이었다. 경력이 경력이니만큼 일에 능숙하신 것도 있었다.


특히 김 부장님과 일할 때는 프로젝트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항상 답을 잘 해주셨다. 프로젝트의 모든 이슈를 다 말씀해 주시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느 정도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설명해주시고는 했다. 나로서는 프로젝트의 앞뒤 문맥을 읽을 수 있어서 내가 담당한 일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부장님의 빠른 일 처리 때문인지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실제로 제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속도를 따라오는 프로젝트는 본부 내에서는 없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사업계획승인 접수를 위해 ‘베트남 국제 현상’이 끝난 후에도 나는 계속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 자체가 워낙 많아서 내가 투입된 것이기도 하고, 둘이서 사업계획승인을 준비하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빠듯한 일정 덕분에 나의 업무 속도도 확 올라갔지만, 야근은 필수적이었다. 그나마 김 부장님이 PM이어서 새벽까지 하는 야근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베트남 국제 현상’ 마지막이 너무 바빠서 비교적 훨씬 가볍게 일하는 것 같았지만 퇴근 후 저녁이 없는 삶은 똑같았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는 주말이 돼서야 그나마 작업 할 수 있었다. 두 달이나 세 달이면 완성될 것 같았던 케이팝 아티스트 추천 인스타툰은 계속해서 딜레이되었다. 주말에만 작업해서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 작업은 미래에 나에게 맡기고 당시 만들어져 있는 몇 편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첫 에피소드를 올리니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물론 처음이라 좋아요 숫자는 적었지만,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댓글이 달려서 기뻤다.


일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바빴지만, 점심시간 책 읽기는 계속 이어갔다. 마침 <프리워커스> 마지막 부분에는 모빌스그룹이 추천하는 책들이 있었다. <프리워커스>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중에 한두 권은 읽어보고 싶었다. 그중 눈에 들어온 책이 <지적자본론>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표지였는데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두는 주제의 책인 것은 알았다. 어차피 책은 여행이니까 새로운 행선지를 향해 티켓을 끊기로 했다. 그렇게 <지적자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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