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 인디펜던트 워커
내채공을 기준으로 데드라인이 생겼다. 그때까지만 일할 수도 있고 회사를 더 다닐 수도 있지만 내채공이 끝날 때는 결정을 하기로 내 자신과 약속했다. 그사이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먼저 책을 더 읽고 싶었다. 그리고 케이팝 아티스트 추천 인스타툰을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완성 시키고 싶었다. 이 두 개가 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점심시간에 책 읽기를 계속 이어가면서 독서는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였다. 책 읽기는 점심시간에 떠날 수 있는 여행이었고 점심시간 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잔상처럼 남는 생각과 메시지가 있었다. 거기서 파생되는 질문도 있었고, 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고민에는 재료가 필요했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고민을 늘려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 보기로 했다. 나는 출근 1시간, 퇴근 1시간, 점심, 저녁, 야근까지 회사에서 하루 12시간을 사용하다 보니 주말과 일찍 퇴근하는 날 저녁 밖에 여유시간이 남지 않았다. 어찌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적합했다.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읽으면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고민을 위한 일종의 실험처럼 쓰기로 했다.
평일에는 퇴근 후 1-2시간을 사이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그걸로는 부족해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다. 보통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 하는 데 시간을 썼다. 출근 시간에는 지하철에서 포스팅할 글을 쓰고 기획하고 퇴근할 때는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 ‘나’를 브랜딩하기 위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의 페르소나는? 같은 고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익했다. 그리고 이걸 실행 해 볼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는 행동함으로써 고민하길 바랐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열정을 찾을 수 있는가? 등 여러 고민에 대한 실험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처음 시작했던 인스타툰에서 요리 인스타, 중고 서점으로 이어갔다.
회사에 다니기도 했으니 본업에도 충실해야 했다. 나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맡은 일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일단 야근은 하기 싫어도 다 했다. 일단 일을 끝마쳐야 하니 일도 책임감을 가지고 했다. 이것도 좋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혹시나 내가 건축 실무를 좋아하는데 회사의 시스템 때문이나 다른 요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라면, 이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업무시간이나 야근을 할 때는 회사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회사에서도 배울 점은 많았다. 주변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점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씩 수집해 갔다. 누구는 추진력, 누구는 책임감, 누구는 융통성, 누구는 효율성 등 각자의 무기들이 있기 때문에 보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비록 성장은 더디게 하더라도 꼰꼰 건축에서 경제적으로 보상받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회사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베트남 국제 현상’이 끝나고 ‘제천 아파트 신축공사’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사이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여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