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 인디펜던트 워커
다섯 번째 책은 <인디펜던트 워커>이다. 얇고 작은 사이즈의 들고 다니기 가벼운,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은 그런 책이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라는 제목에 끌려서 6월 초 현상이 끝나고 한 서점에 들렀을 때 구입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회사와 회사 밖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독립적으로 일한다고 해서 꼭 프리랜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에서는 다른 개념으로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정의한다. 독립적인 노동자는 자신이 프로젝트를 직접 꾸리고 사람을 모으고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타인이 아닌 자신에 의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 있어 다양한 질문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신의 기준에 멋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내 주관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를 실제로 타협하지 않고 실천해 나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에는 회사에 다니는 인디펜던트 워커가 있다.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결코 회사 안과 밖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한다.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을 뛰어넘어 회사 안에서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니! 중요한 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꾸리고 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이었다. 이제는 회사에 다니는 게 문제가 아닌 이유는 회사 안에서도 혼자 일을 꾸려야 하는, 꾸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시대라는걸 뜻하기도 했다. 회사들이 변하고 있다. 요즘에는 협동조합 형식이나 프리에이전트같이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일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으니까. 결국 흔히 말하는 팀-바이-팀처럼 회사도 회사 나름이다. 그렇게 회사 안과 밖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단편은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어쩌면 환상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꼰꼰 건축에서는 아쉽게도 내가 프로젝트를 꾸려서 할 수 없었다. 회사 안에는 체계가 있기도 했고 일하는 프로세스도 한계가 있었다. 일단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 조건에 따라서 설계하고 끝없이 수정한다. 그렇게 수정하면서 인허가를 받는 서비스도 같이 진행한다. 사실 디자인보다 중요한 건 건물이 지어질 수 있도록 승인받은 인허가 절차이다. 이런 프로세스 안에서 나는 무엇일까?
아쉽게도 내가 하는 일을 보면 나는 인디펜던트 워커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하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일종의 도구 같은 느낌이다. 3D 모델링을 다루지 못하는 상사의 3D 모델링 프로그램이고 구현하지 못하거나 귀찮은 일을 대신 해주는 도우미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일을 많이 간소화했음을 느끼지만, 아직도 나는 툴의 역할을 한다. 독립이랑은 거리가 먼 느낌이다.
그러나 나도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록 내 생각이 50대 상사들보다 어리고 완전치 못하더라도 나도 계획을 하고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3D 모델링을 하고 캐드에서 선을 그리고 지우는 작업의 일을 하고 있다. 과연 나는 언제 계획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하게 내가 계획할 즈음에는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건축에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꾸린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클라이언트를 찾아 프로젝트를 맡아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허가 프로세스를 모두 통과시켜 실제로 건물이 지어진다면 그 프로젝트는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그게 내가 이 커리어에서 어떤 일과 어떤 포지션을 맡은 사람인지 보여주는 방식이겠다.
그나마 여기서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건 커리어의 맥락을 스스로 꾸려나간다는 것 아닐까?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결국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이니까.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지금까지 해오고 있던, 꼰꼰 건축에서 하던 아파트 설계 커리어를 내가 정말 원하고 이어가고 싶은 걸까? 매일 열심히 살고자 하지만 결국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질문하게 된다. 아마도 내가 주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길을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내가 왜 하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결국 방향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어떤 커리어를 쌓을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마음속 나침반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냐가 중요한 고민이다. <인디펜던트 워커>에 나오는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하고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답은 나에게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꿈이, 나를 표현하고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즐겁게 일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과연 내 마음속의 나침반은 날 어디로 안내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