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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3일 (일)

첫 대접 : 매년 김장 하시는 엄마께

by 재민

메뉴를 정한 뒤 대접 전에 요리 연습을 해야 했다. 특히 굴 파스타와 무전, 배추전은 직접 해보고 대접해야 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요리기 때문이었다.


굴 파스타 같은 경우 어젯밤 잠들기 직전 침대에 누워 숏폼을 넘겨보듯 레시피 영상을 돌려보고 돌려보았다. 하지만 손을 사용해 만드는 일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머릿속에, 또 손 끝 감각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친구 K의 집에 놀러 간 김에 내가 굴 파스타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 해보는 굴 파스타를 연습하기 위함이었지만 셰프가 된 것 같이 자신 있게 K에게 요리해주겠다 말하고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역시나 굴 철이기 때문에 마트에서는 생굴을 팔고 있었다. 넉넉하게 100g 정도 사갖고 돌아왔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굴을 좋아하지 않고 찾아 먹지도 않는다. 엄마가 눈이 오는 날 굴전을 해주시면 소심한 젓가락질로 깨작깨작 세 점 정도 집어먹는 정도다. 굴은 나에게 생소한 식재료기 때문에 맛이나 향이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이 가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굴 파스타 재료를 짊어지고 돌아온 K의 오피스텔 주방에서 뚝딱뚝딱 요리를 시작했다. 레시피 영상처럼 손질된 생굴을 두세 번 흐르는 물에 씻고 레몬 제스트(레몬 껍질을 잘게 채 썬 것)와 소금으로 밑간을 해 놓는다. 이러면 간도 배고 비린내도 잡을 수 있다.


굴 파스타는 오일 베이스 파스타이기 때문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파와 마늘을 볶아 기름을 내어 준다. 새로운 재료가 팬에 들어갈 때마다 소금간을 해 주는데, 그렇게 하면 맛에 층이 생겨 풍미가 좋아진다. 냄비에 링귀니(스파게티면 보다 살짝 넓적한 파스타 면)를 끓는 물에 익혀준다. 링귀니 면이 다 익으면 면수 한 국자와 함께 팬에 넣고 곧바로 불을 줄인다. 그리고 굴을 넣어준다. 센 불에 굴을 익히면 질겨지니 약불에서 찌듯 볶아주는 것이 포인트다. 굴은 익었는지 익지 않았는지 눈으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이머를 5분에 맞추고 충분히 볶아주었다. 그리고 굴을 살짝 맛보았는데 익은 것 같았다(사실 잘 익었던 건지 모르겠다). 불을 끄고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두르고 월을 그리며 휘저으며 섞어준다. 면수와 오일 그리고 레몬즙이 잘 섞어지면 에멀전(기름과 물이 유화된 상태)에 성공했다고 표현한다.



다른 사이드 없이 K와 굴 파스타를 맛보았다. 옆에서 힐끗힐끗 요리를 지켜보던 K는 굴의 비릿한 냄새가 걱정되었다고 했다.


호로록. 호로록. 한 입 먹어본 K는 굴에서 향긋한 바다향과 감칠맛이 난다고 했다. 호록. 호록. 나도 한 입 크게 먹었다. 굴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레몬 제스트와 레몬즙 때문에 기분 좋아지는 상큼함도 있었다. 굴과 오일 소스는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고 납작한 링귀니 면은 오일 소스에 잘 버무려져 스파게티면 보다 소스 향을 더 느낄 수 있었다. 마늘과 파기름을 내서 그런지 오일 소스는 달곰하고 고소했다.



K와 나는 굴 파스타 그릇을 비우고 바닥에 남은 오일도 맛있다며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 먹었다. 이 맛을 엄마께 빨리 전해드리고 싶다. 이 정도의 맛이면 엄마께도 새로운 맛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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