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0일 (토)

둘 대접 : 12월, 가족 그리고 함께 식사

by 재민

오늘은 망한 날이다. 일주일 뒤에 있을 두 번째 대접을 위해 연습한 콜드 시어링에 실패했다.


간만에 산 소고기였다. 소고기는 호주산이었고 얇은 구이용 고기였다. 망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구매한 소고기는 지방이 적은 부위였다. 기름이 적은 부위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3-4cm의 두툼한 스테이크용이 아닌 얇은 구이용 고기가 문제였을까? 혹시 나의 테크닉의 문제였을까? 모든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실패한 소고기는 퍽퍽하고 질기고 육즙이 빠져나간 따듯한 고무 고기가 되었다.

굽는 방법은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굽는 과정에서 고기에 크러스트(고기나 빵을 구울 때 생기는 갈색의 바삭하고 딱딱한 부분)가 생기지 않았다. 크러스트는 뜨겁게 달구어진 팬에 눌려 튀겨진 느낌이어야 하는데 오늘 구운 소고기는 밋밋한 고기 색을 띠었다. 불 조절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또 다른 문제는 고기를 굽기 시작할 때 육즙이 맥없이 고기 밖으로 나와버린 것이다. 당황한 나는 올리브오일 부어 기름칠해 주어 크러스트 형성과 육즙을 가두어 두려고 했지만, 노력을 비웃듯 육즙은 고기의 품에서 주르륵 흘러나갔다. 결국 색도, 촉촉함도, 풍미도 없는 고기가 동그랗고 하얀 그릇에 올라갔다. 입안에서 전혀 녹지 않는 고무 고기 한 접시였다.


오늘은 소고기를 같이 먹으려고 친구 K를 불렀다. 요리에 실패하고 잘 못 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필터 없이 나를 비웃으며 놀렸다. 나름 구운 양파를 올려 플레이팅으로 초라한 소고기를 가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양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K의 놀림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고무 고기 그릇을 깨끗이 비워준 K에게 감사를 표한다.

오늘 연습의 결론은, 영상으로 배운 콜드 시어링은 스테이크를 구울 때 사용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얇은 구이용 소고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정리한다. 콜드 시어링을 고기구이의 치트 키처럼 생각했던 나의 오만을 인정하는 걸로 회고했다.


저녁 식사로 소고기를 다 먹을 즈음 책상에 있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무심코 화면을 보니 누나가 보낸 메시지가 와있었다. 휴대폰은 집어 들어 잠금을 해제하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 17-18일에 매형도 온대. 양을 늘려야 할 듯

- 응^^?


답장의 텍스트는 웃고 있었지만, 나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두 번째 대접에 예상했던 식사 인원에 매형이 추가되어 식탁이 커져야 한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매형은 고기를 사랑하는 육식파의 사람. 누나는 매형까지 먹으려면 스테이크를 1kg 정도 구워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소고기 한 근(600g)을 사려는 나의 계획에 1.6666666666배에 달하는 고기가 필요할 거라는 말이었다.

마침 오늘 콜드 시어링 연습에 실패했는데 이런 메시지까지 오다니. 이것은 실패를 이겨내고 기필코 맛있는 스테이크를 구워낼 거라는 하나의 드라마 에피소드 같았다. 과연 나는 이 드라마를 해피 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드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