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대접 : 12월, 가족 그리고 함께 식사
낮 12시 20분.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한 안성행 버스는 엄마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했다. 묵직한 백팩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버스에서 내렸다.
길에는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쌓여있었다. 들어보니 엊그제 안성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었다고 한다. 녹다 얼기를 반복한 길이니, 펭귄 걸음으로 아장아장 엄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기 조카가 제일 먼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조카는 삼촌인 나를 ‘삼’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발음이 부정확해서 '땀'과 '삼' 그 중간 어느 귀여운 발음으로 불러준다. 3주 만에 보는 삼촌이 반가웠는지 아기 조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고 믿고 있다.
내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형도 도착했다. 엄마는 할머니 치과 방문을 위해 잠시 외출 중이셔서 누나와 매형, 아기 조카와 나, 4명은 같이 장을 보러 갔다.
녹지 않은 눈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종종 걸음으로 마트에 들어갔다. 수요일에 마켓컬리에서 몇 가지 식재료를 주문했지만, 오늘은 눈으로 봐야 하는 재료를 사기위해 마트를 직접 방문해야했다.
과일 코너에서 레몬과 라임, 오렌지를 고르고 야채 코너에서 허브와 새싹 채소를 샀다. 마침 옆에 감자와 당근이 쌍으로 있어 함께 카트에 담았다. 그리고는 안쪽으로 이어지는 고기 코너로 향했다.
스테이크 고기는 적어도 45센티의 두툼함이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진열된 고기들은 모두 구이용이거나 국거리용 고기였다. 잠시 실패한 고무 고기가 생각나 아찔했다. 카트를 세워놓고 다시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진열대 중간에 아주 작게 ‘스테이크’라는 사인을 찾았다. 스테이크용으로 정육 된 소고기는 4센티 정도로 두툼했고 600g 언저리로 계량된 부챗살과 척아이롤 두 종류의 부위가 진열되어 있었다. 1kg 넘게 사야했으니 고민없이 각각 한 팩씩 집어 들어 카트에 넣었다.
누나와 매형은 내가 야채와 고기를 고를 동안 광활한 마트 어딘가에서 아기 조카에게 줄 뽀로로 털장갑과 다양한 종류의 떡뻥(쌀과자)을 들고 왔다. 아기 조카는 자신을 위해 누나와 매형이 돌아다니는 걸 전혀 모른 체 유모차에 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
계산대에서 직원분이 삑- 삑- 제품의 바코드를 하나씩 스캔했다. 티끌 모아 태산은 돈 모을 때 쓰는 게 아니라 쓸 때 하는 말이었나? 몇 가지 안 산 것 같은데 15만 원이나 나왔다. 할부로 하면 할부의 티끌이 모이니 쿨하게 일시불로 계산해 나왔다. 덕분에 통장 잔고도 시원하게 비워졌다.
돌아오는길, 장바구니에는 오늘 요리할 식재료가 가득했다. 가득 채워진 장바구니를 보면 추운 겨울이어도 따듯해진다고 해야 할까? 바깥 기온은 따뜻하지 않지만(나의 통장 잔고도), 기분은 따듯한 연말이다. 이제 식사 대접을 위해 요리를 시작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