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대접 : 12월, 가족 그리고 함께 식사
낮 3시. 장바구니 가득 채워 엄마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엄마도 할머니 병원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셨다. 다행히 그간 안 좋던 할머니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엄마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나는 곧장 요리를 시작했다. 식사 대접 목표 시간은 저녁 6시다.
제일 먼저 루꼴라 페스토를 만들어야 한다. 스테이크 소스로 쓰일 예정이라 마트에서 사 온 루꼴라 한 팩을 다 써버렸다. 블렌더를 찾아 올리브유와 루꼴라를 넣고 무자비하게 갈아주었다. 거기에 채를 썬 파마산 치즈와 볶은 땅콩을 부숴 같이 섞어 준다. 소스니까 짭짤한 맛을 위해 소금간도 해주었다.
두 번째는 로스트 베지터블이다. 이건 두 차례로 나누어 오븐에 조리했다. 먼저 미니 양배추, 양파, 미니 파프리카를 비슷한 크기로 썰어 스테인리스 볼에 담아준다. 그리고 올리브유와 각종 허브, 소금, 후추를 넣고 뒤적뒤적 버무린다. 그리고 오븐 트레이에 겹치지 않게 펼쳐준다. 펼쳐줘야 하는 이유는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야채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구이가 아닌 찜이 되기 때문이다. 210도로 예열한 오븐에 20분 정도 구워주었다. 그리고 한번 뒤집은 다음 15분 정도 더 구워주었다. 꺼내보니 노릇노릇 아주 잘 익어있었다.
첫 트레이가 구워지는 사이 감자와 당근 껍질을 벗겼다. 비슷한 크기로 썰어준 후 끓는 물에 10분 동안 삶았다. 물기를 빼고 올리브유와 버터를 녹여 버무리고 간을 해주었다. 그리고 19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0분을 구웠다. 30분 후 겉이 바삭해진 감자를 꺼내 바닥이 평평한 머그잔으로 눌러 납작하게 해준다. 이때 로즈마리와 타임을 납작해진 감자 위에 줄기째 올려준다. 그리고 오븐에 다시 넣고 25분 구워준다. 그러면 겉이 살짝 노릇해져 바삭한 구운 감자와 당근이 만들어진다.
그다음 순서는 멀드 와인이다. 오렌지 한 개, 라임 한 개, 레몬 한 개를 식초 물에 깨끗이 씻어준 뒤 조각으로 썰어주어 레드 와인 한 컵, 설탕과 함께 센 불에서 졸여주었다. 이렇게 하면 멀드와인 시럽이 완성되는데, 시럽은 잠시 뒤로 빼두었다 먹기 전에 레드 와인과 섞어 끓여야 한다.
네 번째로 귤 샐러드를 만들었다. 마켓 컬리에서 시킨 제주 타이벡 귤 5개의 껍질을 벗기고 가로로 슬라이스 해준다. 요리 레시피를 찾으면서 보았던 크리스마스 리스 플레이팅을 해주었다. 큰 접시 가운데 작은 그릇을 뒤집어 올려주고 그릇 가장자리를 따라 새싹 채소와 슬라이스 된 귤을 올려주면 된다. 귤 샐러드의 드레싱은 올리브유, 소금, 화이트 발사믹을 섞어 상큼한 향이 나는 드레싱을 만들었다. 드레싱을 부어주고 마지막에 후추를 소량 뿌려준다.
정신없이 샐러드까지 준비하니 마지막 요리인 스테이크만 남았다. 스테이크를 하기 직전에 식탁 세팅을 하기로 했다. 누나와 함께 온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는 큰 식탁을 내오고 엄마 집에서 제일 이쁜 그릇들을 꺼내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은 그릇에 담아 식탁 가운데 나누어 먹기 좋게 배치했다. 그리고 자리마다 넓적한 개인 접시를 놓고 루꼴라 페스토와 핑크 소금 조금을 각 그릇 한쪽에 올려두었다.
“엄마! 밥 다 됐어! 얼른 와!”
안방에 계신 엄마께 소리치고 바로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콜드 시어링 영상에서 본 것처럼 타이머를 맞춰가며 2분에 한 번씩 뒤집어 주었다. 다행히 육즙은 빠져나오지 않았고 크러스트도 형성되었다. 마지막 2분이 끝났을 때 5분 동안 레스팅을 해주었다. 레스팅한 스테이크를 도마에 옮겨 잘라보았다. 스테이크는 미디엄 정도로 위아래 모두 균등하게 익어있었다. 기쁨보다 안도에 더 가까운 감정이 가슴속에 올라왔다. 성공한 것만으로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었다. 나누어 먹기 좋게 길쭉하게 썰어 접시에 올렸다.
스테이크까지 식탁에 올라가면서 두 번째 식사 대접, 연말 식사 대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