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격동 한우곱창카레 이방인 브랜드 스토리텔링 방법
브랜딩 텔링의 방식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서사(Narrative)는 스토리(Story)와 담화(Discourse)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보편적인데요.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됐고, 누굴 위해 이 브랜드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것은 스토리입니다. 텔링의 방식은 다양하죠. 사업의 아이템, 혹은 디자인으로 풀어낼 수도 있고, 서비스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스토리가 보편적이고 평범해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텔링과 연출에 따라서 근사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이나 영화처럼 낯설게 하기 (Defamiliarization)가 브랜딩에서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스토리 구조는 수용자들에게 스토리를 쉽게 이해하고 친근함을 느끼도록 만들지만 이런 보편적 스토리 틀이 단순하게 반복되기만 한다면 흥미나 긴장감이라는 반응을 유발하기 어렵죠. 보편적 요소들이더라도 문맥과 다르게 배치하게 되면 긴장감이 발생하게 되는데, 패션 브랜드들이 이런 긴장감을 유발하는 브랜딩을 가장 잘 하고 있습니다. 샤넬은 매번 컬렉션을 발표할 때마다 낯선 배경의 런웨이를 만들어 그 시즌의 컨셉을 확실하게 각인시키죠.
네이밍: 이방인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낯선 존재입니다.
이방인은 보편적인 아이템들을 모아 다양한 방식의 텔링을 통해 낯설게 하기를 시도했던 브랜드입니다. 히마와리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저희 스튜디오에 제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쿠쿠 이케부쿠로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본 분이었는데요. 함께 외식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메뉴 개발에서부터 네이밍, 입지 선정, 공간 기획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메뉴 개발에서부터 특이한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우곱창카레입니다. 15가지 향신료를 믹스하여 일본 가정식 카레를 만들고, 거기에 곱창을 넣어서 조리를 했더니 곱창의 고소한 향과 맛이 카레의 향신료들과 묘하게 어우러져서 중독성이 강한 맛이 탄생했습니다.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인도의 커리는 이방인으로서 낯선 일본에 정착한 이후, 일본 고유의 카레가 탄생했습니다. 그 일본의 카레가 다시 낯선 한국으로 넘어와서 곱창과 만난 후 전혀 보지 못했던 낯선 존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방인은 다른 나라에서 온 낯선 존재들을 생각하며 탄생된 네이밍입니다.
브랜딩: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음식을 파는 곳은 맛과 재료가 브랜드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특이한 메뉴를 앞세워 한시적으로 유행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려면 스토리 그 자체, 즉 아이덴티티가 튼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방인의 곱창카레는 그래서 두 가지 가치 전략을 세웠습니다. 친환경주의로 모든 재료를 유기농 원료로 공급할 것, 그리고 기존 카레를 사용하지 않고 15가지 향신료를 직접 블렌딩 한 자체적인 카레를 만들어 내는 것. 아무리 예쁜 컨셉의 식당이어도 맛이 없거나 재료가 불량하다면 두 번 다시 가진 않겠죠. 브랜드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맛과 재료에 두면서 낯선 메뉴에 대한 일시적 거부감을 없애고 건강하고 정직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자 했습니다.
브랜딩: 입지 전략
비지니스 확장성을 중요시 생각하는 저희 스튜디오에서는 어떤 장소에 어떤 컨텐츠를 갖고 들어가느냐도 브랜딩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마운틴은 클라이언트의 의뢰가 들어오면 입지 선정을 브랜딩의 관점에서도 접근합니다. 장소의 컨텍스트와 상징성은 때론 브랜드 그 자체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 스튜디오에서 첫 번째로 고려한 입지 조건은 한옥의 형태가 많이 보존되어 있어 전통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장소 (북촌 서촌 인사동 삼청동 익선동 등)였습니다. 그리하여 한우곱창을 이용한 일본식 카레 요리를 한국적인 공간에서 보다 한국적으로 재해석하여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사실 북촌, 서촌, 그리고 요즘 한창 인기가 많은 익선동 등에 있는 한옥들은 일제 강점기 경성시가지 계획으로 인한 토지구획의 변경으로 생겨난 도시형 한옥입니다. 증가하는 서울 인구에 따라 '집 장수'들이 마구잡이로 지은 한옥들이죠.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급격하게 변화한 서울에서는 전통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경성 운영이 다른 제국주의 국가와는 달랐는데 보통 '식민 지민의 도시'와 '식민자의 도시'는 인도 델리(올드 델리)와 뉴델리처럼 분리됐습니다. 그러나 경성은 이 같은 공간 구분이 없어서 잡거(雜居)와 혼종(混種)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ㅁ자형 한옥, 도시형 한옥의 이런 스토리는 혼종(混種)으로 탄생한 이방인의 곱창카레와 묘한 케미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면서, 약 2달간의 부동산 서치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적합한 한옥을 발견했습니다. 삼청동과 사간동을 잇는 길에 나 있는 작은 골목 끝에 위치한 한옥이었습니다. 정독도서관 근처 키엘 골목 근처인데요. 데이트나 나들이를 오는 이 지역의 유동인구는 주말 평일 상관없이 안정된 편이었고, 상권 특성상 아기자기한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리적인 문제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권리금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장소 답사와 계약을 끝내고 본격적인 메뉴 테스트와 브랜딩 공간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소격동의 이방인 자리는 전체 내부 면적 10평 이하로( 부엌 1평, 2평짜리 룸 3) 부엌 공간이 크게 확보되지 않아서 밑 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곱창과 카레를 근교의 작업 공간을 얻어 조리 전 상태로 준비해서 재료를 공급하는 방식을 구상하였습니다. 매장에서는 조리 과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하여 누구든 조리가 가능하고 부엌 안에 1인만 있어도 충분히 조리가 가능한 방식으로 모듈화 하였지요.
브랜드 텔링의 방식 중에 낯설게 하기를 중심으로 저희가 진행했었던 이방인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사실 이 낯설게 하기라는 브랜딩 방법론은 일상생활에서도 무수히 많을 거예요. 일상적인 사물이더라도 컨텍스트에 따라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브랜드들이 전달하고 있는지 관찰해 보시다 보면 브랜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기실 겁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메일을 통해 브랜딩에 대한 궁금한 점을 질문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으신데요. 저희가 바라보는 브랜딩의 관점을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고 있습니다. 브랜딩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초기에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처럼 많은 분들께서 브랜딩에 대한 힌트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로 문의를 주세요. contact@studiomountain.kr
오늘은 그 메일 중에 한 분의 질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쿠쿠 이케부쿠로 6평의 기적 편을 보고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연락드려요. 현재 경양식으로 15평 공간에서 1년 정도 영업을 했는데,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는 편인데도 실제로 정산을 해보면 간신히 제 한 달 생활비 정도가 남습니다. 월 매출을 2배 이상 올리고 싶은데 인테리어나 브랜딩을 새롭게 하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해서 연락을 드려봅니다.
A.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요식업으로 1년 정도 사업을 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요식업이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브랜딩은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보여지는 모든 것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라 서비스, 맛도 포함이 되는 거죠. 단순하게 인테리어가 바뀌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결국엔 브랜딩을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싶으신 욕구가 있으신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구체적인 답변은 드리기 힘들지만(스튜디오 방문을 추천드려요~), 브랜딩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브랜드와 사업을 통해 나 자신 외에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 이 근본적인 고민들에서 현재의 문제들을 바라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수익면에서 한 가지 해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수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닌 가격을 관리하는, 즉 매니징에서 얻으실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비지니스 전략: 원가 관리
판매하는 음식의 재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원가관리가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재료의 시장 공급량에 따라 재료 가격 변동이 큰 폭으로 변하는 속성 때문인데요. 원가관리 시스템이 잡히지 않는다면, 매출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엔 수익이 남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는 사업장이라면 밭떼기를 통해서 원가를 관리하기도 합니다만, 영세 사업장의 경우에는 그마저도 힘든 편이죠.
오늘 소개드린 이방인의 경우도 유기농 식자재와 한우곱창을 공급받고, 15가지 향신료를 이용해 카레를 만드는 등 다양한 재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 안정적인 재료 수급처와 재료비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이 수급처 확보와 재료비 분석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재료비 관리에 대한 부분이나 재료의 로스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매니징하시다 보면 기존의 방식에서도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보이실 거예요. 앞으로의 사업도 파이팅입니다!
다음 편에선 오늘 하지 못한 이야기, 공간 디자인과 플레이팅에 관한 에피소드를 조금 더 풀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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