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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Mar 16. 2024

같이 먹자

노력이 고마워

 아직 예정일이 안되었는데 3일이나 일찍 생리를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생리통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배가 욱신하다. 큰 아이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고, 남편은 방에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며칠 전 내가 찌른 말로 마음이 아직 풀리지 않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막내는 꼬치 끼우기 장난감을 꺼내서 이곳저곳 흔들며 가지고 다니다 설거지를 하던 나에게 하나를 줬는데 별 반응이 없으니 그냥 가버렸다. 설거지를 마친 나는 침대에 엎드려 핸드폰으로 글을 적으며 쉬고 있었다. 그때

“아빠 꺼. 지~ 꺼. 머거.

 아뜨. 놔.“

 막내와 남편이 두런두런 앉아 장난감 꼬치를 나눠먹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대화라고 하기엔 두 단어를 붙여 말하는 것이 아직 전부이지만 저 귀여운 단어들을 모두 모아 보석함에 담아두고 싶다. 가족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너무 소중하다.

  힘든 기색 없이 아이와 눈을 맞추는 남편이 고맙다. 에너지가 철철 흘러넘치던 시절엔 싸운 뒤에도 화가 난 기운을 온 사방에 뻗치고 다녔다. 아이가 다가오면 차갑게 문을 닫아버리던 남편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덮어두고 아이를 받아준다. 그 노력이 고맙다. 아직은 찬 기운이 흐르는 우리이지만 그 사이에 끼어 함께 꼬치를 나눠먹고 싶다. 말랑하고 차가운 장난감을 호호 불어서 뜨거운 꼬치를 식히고, 한 입 베어 물어 ‘으음~’ 감탄사와 함께 맛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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