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실시옷 May 17. 2024

나의 첫 공방

아이들이 없는 나의 시간

둘째가 4살이 되던 해, 첫째와 함께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틈틈이 아닌 온전한 시간이 생긴 것이다. 성북동 시절 내 마음은 너무 가난했다. 매월말이 되면 목이 죄어 오는 것처럼 답답했고, 바람이라도 쐬려 하면 돈이 드는 현실에 괴로웠다. 내가 돈에 헤픈가? 먹는 것에 욕심을 왜 내려놓지 못하는가? 매일 나를 자책했고, 부족한 생활비를 보며 궁핍한 목회 현실을 원망했다. 밤이 되면 침침한 눈을 비비며 꿈을 위해 수를 놓았고, 아이가 기관에 가면 바로 수익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잠잠한 시간을 견디어 냈다.


 첫 시작은 동네 카페에서 지인들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인들 수업이니 당연히 수업료를 받기 어려웠다.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함께 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실을 골라 함께 수놓는 것이 즐거웠다. 함께 하시는 분들도 수를 놓으며 즐거워하셨다. 장사의 ‘장’도 모르던 나는 동네에 자수공방이 없기 때문에 공방을 하면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들락거리던 온라인카페에서 공방셰어 글을 보게 되었다. 집과도 가까운 거리 역세권 1층, 저렴한 비용, 외부 강의로 공방을 거의 비우고 창고처럼 사용하신다고 했다. 이런저런 조언과 정보를 주시는 사장님의 에너지도 좋았다. 이곳에서 시작한다면 사장님처럼 나도 어엿한 공방을 운영하는 외부강의도 많이 하는 공예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쁨 마음에 바로 계약을 했다. 계약을 마치고 공방에서 집까지 올라가는 계단을 한 칸 한 칸 걸으며 가빠진 숨만큼 심장이 요동쳤다.


‘내 공간.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내 공간.

 지금은 한편에서 빌려 쓰는 공간이지만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지.‘


 거실 한편에 책상을 두고 아이들이 혹시나 바늘에 찔릴까, 작업에 무언가를 묻힐까 조심하며 꼭꼭 숨겨두지 않아도 된다. 자수를 하면서도 뒤통수 뒤로 보이는 집안일에 마음을 두지 않아도 된다.

5년의 출산과 육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벅찬 기쁨을 주었다.


이전 07화 엄마의 역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