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에서 나온 먼지 쌓인 면허증
대전으로 이사를 오고 1년 반만의 일이었다.
대중교통이 편한 수도권에 살다가, 지방 도시로 내려오니 20분이 넘는 배차간격을 기다리고, 차로 가면 20분 만에 가는 거리를 1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이 슬슬 서러워질 즈음이었다. 서럽다는 생각은 이 ‘동네’라는 섬에 갇혔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갇혔다는 생각은 내가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무기력으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분께 연락이 왔다.
“하니 씨, 한 달 뒤에 양양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에서 급하게 그림책 수업이 가능한지 연락이 왔어요. 혹시 가능할까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선생 김봉두’ 영화를 보며 작은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것을 막연한 로망으로 삼고 있던 나에게는 솔깃한 수업이었지만, 대전에서 양양의 작은 분교까지, 그 먼 거리를 어떻게 간단 말인가. 거절하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작고 희미한 오로라빛 두근거림이 나를 간지럽혔다.
내가 가고싶은 곳으로 운전하는 길은, 그런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저, 할게요. 곧 차를 살 예정이라 갈 수 있어요.”
사람은 무언가가 억눌렸다가 건드려지면 갑자기 이렇게나 무모해질 수 있구나.
아직 차를 보러 가지도 않았고, 골라둔 차도 없었고,
심지어 연수도 받지 않아서 운전대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마스크의 열기가 뜨겁고, 무더운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