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잘라내다
입을 열면
엮인 적 없는 사람과의
시답잖은 대화에서도
불안을 쉽게 감지당한다
걱정과 불안은
심층으로 들어가면
결국 설명하지 못하는 종류의 것
해방이란
몇 겹을 벗겨내어야
알맹이를 보이는 가
질문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들에게
질투 어린 눈빛을 끝끝내 보이면
스스로에게 짓궂은 말을 건넨다
빛이 모이지 않는 건
이미 보이지 않는
너무도 큰 빚을 진 것이니
어느 부위든 도려내 줄 마음으로
생에 임해야 하는 거라 말한다
그래야만 글 속에
어쭙잖은 사족을 끊어내고
글자를 귀히 여기게 된다고 말이다
오늘도 겁에 질린 상태로
작은 토막을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