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하늘에 그물이 걸린 날
까마득한 저녁
어둠이 하늘을 둘렀고
큰 바람이 불어온다.
까마귀들이 활공하던 하늘에
구름이 무리 짓는다.
날카로운 소리
비가 몰아친다.
휙- 채찍질하며 비가 몰아친다.
하늘에 그물이 걸린다.
큰 물결이 인다.
난 여기 있다.
내 얼굴이 두려움에 젖었을까.
내 심장은 이미 폭풍에 휩쓸렸다.
옷도 젖고
영혼도,
모든 것이
젖었다.
난 항복한다. 무너진 마음을 무더기로 쏟아낸다.
난 여기 없다. 난 여기 없다.
억지로 힘주던 두 다리에 힘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