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이 이어지는 구절들

23. 거미줄

by 알레프


실망시켜야 한다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사랑은 고질병처럼

앓았다 나았다 한다


맥락 끊긴 구절들은

봉합된 상처처럼 이어 붙기를 갈망하지만


글을 잉태한 젊은 작가는

어제 과다출혈로 죽었다고 한다


새벽 내내 안락한 거미줄을 쳐도

상처를 꿰매지 못하니

환호가 아닌 비명만이 들릴 뿐이다


더 이상 무슨 소용이랴


실망으로 반쯤 찬 이것과

실망으로 가득 찬 그것을

굳이 비교하며 우위를 가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사랑을 무어라 부르기로 했는가

여운 실린 실망이라 하자

태양이 될 뻔한 목성이라 하자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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