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

21. 너의 지느러미에 반해 운명을 정해주었다

by 알레프

인위적인 직육면체의 방

그 안에서

너는 가히 독특한 체형과 색으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제법 도도하며

백치미를 풍기는 외관은

화려함을 더할 뿐

결코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없다


너는 보고 즐겨지기 위함을 증명하듯

몇 번의 물음과 찬사에도 아무 응답 없이

그저 지느러미를 구애하듯 나풀댈 뿐이다


단 한 번

시선을 주지 않던

네 눈을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 너는 유려한 몸짓으로

폭력으로 존재의 의의를 정의당한

불쾌함을 폭로했다


정점에 있는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매년 군말 없이 희생하는 천억의 동포들에게

자신은 아직 자비로운 보살핌 아래 살아있다고

그렇게 푸른 별에서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작은 주둥이로 뻐끔거린다


듣자 하니 무언가 못마땅해

자신의 얼굴이 비친

그 방 유리창으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내 담배를 뻐끔대며 잊기 시작한다


망각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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