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풍족히 채워진 밤
가난한 이들은
헛되이 불러볼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사시사철
원하는 때에
꺼내볼 수 있는 이름
그 이름은 제 각각이지만
금세 빵을 구워줄 것 같은 인자함을 지녔다
땅거미 진 부엌 아궁이 아래 붙은 불처럼 뜨겁다
어느 날엔
까닭도 모른 채
동시에 칼이 되고
도망을 위한 발이 되어 줄 이름을
가난한 이들은 서로 뽐낸다
누구는 마른침을 넘기고
누구는 침을 튀기며
우중충한 하늘 밑
쉬는 시간이 끝나면
모두 가난이 스며든 집으로 돌아간다
머문 자리에 남아있는
노고의 땀, 맑은 물에 번지는 피 한 방울
이조차 흙탕물이 되어버린다 해도
그 아무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머지않아 다시 부를 이름과
잠이 들었기에
그들이 빵을 얻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배 곪지 않고 풍족하길
헛되지 않은
그 이름 꺼내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