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설탕가루를 뿌려왔다
마구잡이로 적은 글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 하는 건 모래사장에 설탕가루를 뿌리는 것만큼 의미 없다. 차라리 파도가 쓸려오는 곳에서 발견한 고둥 껍데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심신에 도움이 될지도.
그럼에도 난 적을 수밖에 없다. 적게 된 고로 난 생각이란 걸 해본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최선일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갈증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마저 침이 고여 목마름을 잊을만한, 아직까지 찾지 못한 그런 미지의 것을, 제대로 모색할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게으름과 두려움은 내 양손을 맡고 있다. 왼손은 뭐가 되었든 잡길 거부하며 늘어지길 바란다. 오른손에는 은근한 탐욕이 깃들어 소소한 일들에서 큰 수확을 누리고 싶어 할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 비루한 생각과 몸뚱이를 가지고 바뀔 준비는 어찌해야 하는 가. 그동안 뿌려댄 설탕가루는 쌓이지 조차 못했으니 도처에 깔린 모래로 성이나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