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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Jan 16. 2023

귀향

61. 그녀는 고향을 품으러 간다


그녀는 다소 고백적인 말을 꺼낸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그녀는

어금니가 보일 정도로

넓게 미소 지었다


흑백의 유적만큼이나

장단이 뚜렷한 그녀의 고향은

발전하지 않는 동네


매해 실종되는 소년 소녀들

어딘가로 이주한 청년들은

구부러진 척추를 위로할 줄 모르고


마을을 지킨다는 수호 나무 홀로

새 가지와 푸른 잎을 내며


목줄로 묶인 마당개들과

논밭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활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동네


무릇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대게 품어지고 싶어서지만

현재로선 역으로 그녀가

고향을 품으러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제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된 그곳으로

정적이 된 곳으로

깊고 깊은 곡점에 빠지려 한다


다음번에 만났을 때도

그녀의 어금니를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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