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박제시킨 것들
욕심이 차츰 꺼져가면
겉가죽을 박제시켜 벽에 걸어두거라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꺼칠꺼칠한 털을 보면
욕심의 형태를 상상하고
겁에 질릴 수 있도록
사랑이 눅눅하게 시들면
거꾸로 매달아 말려두거라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말라버린 봉오리 보면
사랑의 형태를 확인하고
서둘러 물이라도 줄 수 있도록
다만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애써 기억하지는 말거라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흐릿한 주황빛
과거에 얽매여 살지 않도록
너와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