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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Jan 16. 2023

네 집에 오는 사람

62.  박제시킨 것들

욕심이 차츰 꺼져가면

겉가죽을 박제시켜 벽에 걸어두거라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꺼칠꺼칠한 털을 보면

욕심의 형태를 상상하고

겁에 질릴 수 있도록


사랑이 눅눅하게 시들면

거꾸로 매달아 말려두거라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말라버린 봉오리 보면

사랑의 형태를 확인하고

서둘러 물이라도 줄 수 있도록


다만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애써 기억하지는 말거라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흐릿한 주황빛

과거에 얽매여 살지 않도록


너와 네 집에 오는 사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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