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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교육 생각 Apr 02. 2023

[005] Listen

리슨, 유명한 노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 뜻이 무엇인가. '들어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매일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일의 전조를 눈치채라.


그것이 알고 싶다 1341회, 정다금 학생 추락사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나 쓸쓸한 결말이다.


내가 뭐라고 너무 비판만 해대는 것이 아닌지 자기 검열을 하며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 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얘기해야겠다. Listen, 청하건대, 들어라.


[아래 이미지들은 그알 1341회 영상의 일부이며, 저작권의 문제가 된다면 이미지 전부를 삭제할 것이다.]


챕터 1. 듣지 않는 가족

매일 얼굴을 보는 가족조차, 흔한 함정에 빠지기 마련이다. 진실로 자녀와 소통하고 있고, 자녀가 가지는 깊은 고민들에 대해서 대부분 알고, 이해하고,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그럴 리 없다. 오히려 깊게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를 숨기고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들어라. 자녀의 진실한 속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시간과 상황을 충분히 마련하고, 행동하라.



챕터 2. 진실을 가리는 자들

교사, 가르치는 게 업인 사람. 다만, 그들이 가르치는 것은 알량한 국영수 오지선다 놀이에 불과할 뿐, 허례허식을 걷어내면 박봉에 시달리는 흔한 직장인이 불과하다. 당연히 인간인 이상 자신의 안위가 제일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탓할 생각도 없다. 학생, 학부모 모두 현실을 직시하라.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길어야 3년짜리 만남이다, 대부분은 다시 길에서 마주칠 일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믿을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적극적으로 본인과 자식을 보호해라. 행동하라! 저항하라! 몹쓸 진실의 방해자들로부터.



챕터 3. 듣지 않는 교사

부모조차 말을 들어주지 않는데, 선생이라고 뭐가 다르겠냐만, 진짜 이 사건에 한정해서라면, 어찌 이렇게 잔인한 대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에게, "야 얘가 너 싫다는데?"라고 대놓고 말하는 선생이 있다고? 정말 실화인가? 농담? 진짜 친한 사이였다고 해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일 텐데.. 적어도 선생이라면, 그런 농담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좋게 타이를지언정, 저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도발하듯이 까발리는 행위를 한다는 게 대관절 가당 키나 하냔 말이다! 이 말이 정말 트리거가 돼서, 그날의 비극을 만든 거라면? 지금도 교사인 저 사람은 옅어진 죄책감과 함께 묻어버리고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잘 살고 있었던 걸까..



챕터 4. 1번 너무나 바쁘고, 2번 아니요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다른 것 같다며 판사, 변호사들에게 질문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항상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내가 가르쳐서 수학 성적이 조금 오를 수야 있겠다만, 어쨌든 내가 제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이 고작 그런 오지선다 문제풀이 스킬 전수밖에 없다면, 나는 아이들의 인생에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라는 고민. 공교육 종사자들이야말로 매일 이 고민을 하며 아이들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리라 믿었건만, 제자가 죽은 일에 대해서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단 말이냐! 옆반에서 지나가며 한두 번이라도 눈을 마주쳤을 아이가 본인과 동행한 여행에서 자살을 했는데도 해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 바쁘기 때문이다. 사실 바쁘지 않더라도 인터뷰는 안 한다. 제발 눈치 좀 챙기자, 말장난할 자리냐? 10.29. 국가의 부재로 아이들이 쓰러진 그 자리에서 국가는 할 일을 다했다던 쓰레기들이랑 다를게 뭐냐. 정말 이나라 교육자 수준이라는 게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챕터 5.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그렇게 사랑하는 딸은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 친구들도 이날의 비극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겠으나, 단언컨대 부모만큼 슬픔에 잠겨서 평생을 살게 될 사람이 있겠는가!


다시 청한다, LISTEN, 부디 제대로 들어라. 자녀는 때로, 미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전조는 분명히 있다. 아이는 분명히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끝내 세상 모두와 맞서게 되더라도, 제대로 들어라. 그리고 지켜라. 당신의 인생 전부를 걸어도 아깝지 않을, 당신의 자녀를.  알량한 국영수 오지선다 놀이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녀를 한 명의 인격체로 인정해 주고, 그 작은 목소리에도 반드시 귀 기울여라.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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