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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Oct 01. 2024

혁신을 위해 경계해야 하는 말

혁신적 공동체를 혁신적이지 않게 하는 것들

5년을 우리 학교에 있으며 계속 경계하던 표현이 있다.


"우리 학교는 원래 그래. 원래 그랬으니까 그렇게 살아야 해."

"우리 학교는 지금까지 그래왔어요."

"우리 학교는 이래요. 저래요."

 

나는 어느새 현재 학교 구성원들 중 가장 오래 된 사람 중 하나가 되었는데, 의식적으로 '우리 학교는 이래야 우리 학교답다'는 표현은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 그 표현이 주는 든든함도 있지만, 그 표현이 제한하는 딱딱한 한계가 불친절로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 있으며 학교의 역사, 교육과정의 변화, 철학적 본질, 교육적으로 끊임없이 지향하고자 했던 정신들. 그런 것들을 살피면 살필수록 확신하게 되는 것은, '원래 그렇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표현이라는 것.


무비판적으로 무언가를 따르게 되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기 것이 될수가 없다.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의하는 숙의의 의사소통과 고민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을 새롭게 바꾸고 과거의 것을 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더 잘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과거부터 정해진 것은 재논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은 과거의 것을 버리고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 아닌가요? 그것은 우리 철학과 어울리지 않아요."

"내가 이 학교에 더 오래 있었으니 나의 고민이 더 깊구요. 이 곳에 머무른 시간이 짧은 당신의 생각과 관점은 부족해요."


라는 식의 이야기나 생각에 뼈아팠던 기억들이 있다.


수년의 시간동안 우리 학교에 미친 사람마냥 과거의 글과 자료를 들추어보며 공부하고 고민하다 다시 깨닫고 배우고 느끼는 것은 우리학교는 늘 이랬다가 저랬다가 좌충우돌하며 발전해왔구나라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이 더 옳은지 더 맞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우리의 철학과 관련해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구성원들이 힘들고 지치는 숙의의 과정을 거치며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 그것만큼은 우리가 품은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는 것이다.


구습을 깨며 새로운 교육의 장을 열고자 노력한 수많은 교사들과 구성원들의 열렬한 고민의 총체가 우리 학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과거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우리답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늘 새삼스럽게 보고, 지겹게 다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며 구성원들의 간극을 좁히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나가는 숙의를 통해 현재의 구성원들이 우리 학교를 자기 것으로 느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교육자료들과 모습들을 찾아보다 보면, 지금 보기엔 생경한 우리 학교의 모습들이 있다. 철학과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음에도 그러한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저 시절 선배들의 판단과 숙의가 틀린 것이 아니겠고, 저 시절과 다른 우리의 판단과 숙의가 틀린 것도 아니겠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할 것은 매 순간 교육이라는 것을 새롭게 보며 우리가 가는 방향이 우리의 철학과 맞는지 꺼내놓아 숙의하며 고민하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모체는,

'민주주의', '구성원들끼리의 소통의 구조', '의사결정의 방식' 으로 갈라볼 수 있는 피튀기는 '민주적 소통'의 문화가 아닐까 한다. 이것이 경색되는 순간 혁신의 문화는 정말 혁신적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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