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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Sep 11. 2024

충분히 넘어지고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내가 교사로서 해야 하는 일 중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이를 기다려주는 일이다.


우리 학교에서 나는 자주 교사의 도움과 개입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곤 한다. 아이마다필요로 하는 ‘적절한’ 도움이 어느 정도 인지 다르기도 하고, 그 정확한 선이 어디인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신념과 원칙은 교사의 적극적 개입과 도움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교사이다보니 그 ’도움‘과 ’개입‘, ’관여‘라는 것에서 본능적으로 적극적이게 된다. 아이가 하는 작업이나 공부가 잘 안될 가능성이 높아보임에도 그걸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은 교사로서 도저히 쉽지가 않다. 내가 조금만 개입해서 도와주면 저 배움의 결과가 더 멋질 것 같은데. 매무새가 보기에 더 예쁠 것 같은데. 하는 욕심이 안들수가 없다.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내가 결과를 중시하는 관점을 조금 더 가졌다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수행의 과정에 끼어들었겠지만, 아이들은 서툴더라도 스스로 배움의 과정을 충분히 경험할 때 더 얻는 것이 많다는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기다림이 가장 두드러지는 교육활동은 바로 ‘여름계절학교’때인데, 나는 계절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실패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참는다. 내가 대신 망치질을 해주는 것이 더 예쁜 작품이 나올 수 있음에도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실패하고 또 다시 못을 뽑아 다시 박는 과정을 겪을 수 있도록 기다린다. 그때도 역시 아이들을 돕고 싶어 몸이 움찔움찔하지만, 여러 번의 도전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성취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볼때면 ‘역시 기다리길 잘했어’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만약 그것을 도와주었다면 아이는 실패도 하지 않았을테고, 더 깔끔한 작품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못질을 제대로 하는 기술이나, 잘못 박힌 못을 뽑는 기술이나, 실패해도 괜찮다는 태도는 갖지 못했으리라.


나는 계절학교에서 아이들이 겪는 아이들의 ‘적절한’ 실패의 경험을 사랑한다. 우리에게는 언제든 뒤로 돌아가 다시 시도할 수 있고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지지해주는 ’안전한’ 환경이 아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게 돕는다.


“우리 학교는 충분히 실패할 수 있게 해주어서, 실패라는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도와준다”던 한 한 아이의 말에 울림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기다려주어 스스로 할 수 있는 과제와 일이라면 그저 바라봐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교육일 것 같다. 제 나이에 겪어야 하는 적절한 어려움과 힘듦이 아이들에게는 분명히 필요하다. 특히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넘어질 수 있고 또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라 좋다. 처음부터 넘어지지 않게 과하게 막아주는 게 아니라 넘어지고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는 곳이라 좋다. 넘어져도 괜찮다 잘 일어나면 되지 라고 얘기해주는 곳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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