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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Aug 28. 2024

우리 학교라서 가능한 현장체험학습

아이들에게 참 배움을 주려면

우리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을 들여다보고 또 다른 학교들과 비교하여 보면, 여기라서 가능한, 여기니까 할 수 있는 공부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큼직한 교육행사들도 그렇지만 각 학년,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들 중에서도 그런 것들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것들 중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의 예시로, 우리 반은 1학기 사회 교과에서 더 실제적인, 우리 삶을 바탕으로 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과 광화문 일대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난 개인적으로 현장학습은 아이들의 살아있는 공부를 위해 꼭 필요한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육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구태여 가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적으로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느끼는 살아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면 현장학습은 교육과정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실 근래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은 대부분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우선, 현장학습에서 안전 사고나 각종 사고가 발생될 경우 인솔을 맡은 담임 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교육 현장의 현실도 현장학습이 없어지는 현상의 하나의 원인이다.  법적으로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거의 없을뿐더러, 이런 문제를 모두가 통감하기 때문에 관리자들도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현장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한 곳도 많다. 또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과거와 다르게 현장을 직접 가서 체험하는 형태의 교육은 개인과 가정의 몫이라는 쪽으로 많이 변화한 것도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현장학습을 가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 경기 북부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육 계획과 다르게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는다며 학운위 위원들이 교사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학교 현장에서 다수가 함께 가는 현장체험학습은 바라보는 관점도 실제 운영되는 사례도 과거와는 한참 달라진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아무튼 이런 현상과는 거리를 두고, 우리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실제적이기에, 교육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 학교 교육과정 중 ‘몸소 겪기’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교육의 경험보다도 가장 큰 경험과 깨달음을 주는 것이 ‘몸소 겪기’라는,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방법이라는 철학이 있다. 우리는 시대가 달라져도 우리의 철학대로 그것을 잘 실천하고 있다. 


1학기 하늘마을의 현장학습은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을 둘러보고 자료를 조사하며 1학기 사회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또 정리하는 공부였다. 박물관 둘러보기를 마친 뒤에는 광화문, 종로 일대를 모둠별로 스스로 조사하여 계획한 동선대로 흩어져서 둘러보는 공부였다. 모둠별로 자기들이 계획한 대로 서로 다른 장소를 방문하고 거기서 배운 내용을 학교로 돌아와 보고서로 정리하고 또 모둠별 발표를 통해 나누는 프로젝트 학습은 꽤나 극적이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학생들을 스스로 짠 동선대로 서울 한복판에 풀어두고 본인들끼리 알아서 돌아다니게 하는 일은 다른 학교 교사들이 보기엔 미친 짓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는 공부였을 듯 하다. 이 현장학습이 극적이었던 것은 우리 학교니까 가능한 공부 중 하나라는 데에 있다. 이런 방식의 공부가 가능하려면 우선 교사가 우리 아이들에 맞게, 삶을 바탕으로 하여, 실제적인 배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뜯어 고쳐 완전히 재구성하여 문제 중심 프로젝트 학습을 기획해야 하며, 수 건의 지리한 행정적 절차를 처리하고 추진하여야 하며, 이런 식의 자율적 교육과정을 지지하는 학교의 문화가 자리잡혀 있어야 하며, 행정실의 든든한 행정적 지원이 있어야 하고, 부모님들이 교육적 동료로서 이를 도와주는 실제적인 지원 또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장체험학습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이 점인데, 부모님들이 마음을 내어 교사로서의 역할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나는 아홉명의 우리 반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 모둠별 그림자샘으로 배정하여 혹시 모를 안전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부모님들의 도움 없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형태의 공부였다. (물론 요즘 분위기에서는 아홉명의 학부모 도우미와 현장체험학습을 기획 단계부터 함께 협의하고 같이 다녀 왔다고 하면 이것 또한 다른 교사 친구들에게는 미친놈 소리를 들을법한 일이다.)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우리의 현장체험학습은 무사히,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었고, 우리 아이들은 거기서 얻은 배움을 학교로 돌아와 정리하고 서로 나누어 1학기 사회과의 배움을 참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공간과 시간에서는 이런 배움이 늘상 이뤄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잘 배우고 더 많이 더 깊게 배울 수 있다. 감사하게도 여기에는 이런 배움이 너무나 많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마치 학교와 이 공동체 전체가 온전히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 갖추어져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 장면들과 요소들을 일일이 이야기하자면 너무나 많아 모두 열거하지는 못하겠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여기니까 가능한 공부의 가장 큰 수혜자가 결국 우리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정성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 배우고 잘 자라게 된다는 것은 교사로서 참 고맙고 또 감동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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