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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Aug 15. 2024

니 새끼도 아닌데 뭘 그렇게

부모이자 교사로서 산다는 건

"니 새끼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 괜히 문제 생기면 져야 할 책임만 커지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언 7-8년 전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으로부터였다. 나는 당시 아이들에게 뭐라도 더 해주겠다는 욕심에 교사로서의 1인분을 넘어서는 일들을 이것저것 하고 있던 터였고 관리자로서는 그게 이래저래 별로 탐탁치 않게 보였을 듯 하다. 교사로서의 나를 좌절케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저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고 당시 교감선생님도 나를 걱정하며 하신 말이었기에 좌절과는 별개로 납득은 했었던 이야기였다. 그게 당시 그 학교의 분위기였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다가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결국 교사가 책임을 모두 져야만 하는,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그런 분위기에서, 어떤 교사도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는 학교 공동체. 어떻게 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에 급급한 그런 공동체. 더 열심히 살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더 투자하면 바보 소리 듣는 그런 공동체. 그게 그 학교의 분위기였다. 


얼마 전 대학 동기와 통화를 하다 정확히 똑같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자식들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나온 이야기였는데, "내 새끼도 아닌 애들한테 열심히 하지 말고, 내 새끼한테 잘해야지." 라는 뉘앙스였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몇 년 만에 다시 좌절한 것은, 그때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이번에 좌절한 것은, 내가 부모로서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절절히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사로서 우리 학생들에게 쏟는 열정만큼 내 자식들에게, 내 가족들에게는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가?


라고 자문하자 가족들에게 꽤 미안해졌다. 내 학생들에게 내 자식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는 자책감때문이었다. 친구가 넌지시 건넨 그 말에 틀림은 없다. 다만 내가 혼란스러울 뿐. 


좋은 교사이며 동시에 좋은 부모일 수는 없을까? 시간이라는 것은 제한된 소재이기에 두 가지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은 교사들의 롤모델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여겨지는 어떤 큰 선생님도 가정에는 학교만큼 충실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많은 교사들이 본인 자녀의 공개수업이나 중요한 교육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역사를 생각해도 가슴이 조금 먹먹해진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왔던 것 만큼, 나는 부모로서 '나'라는 개인으로서 잘 살고 있는지가 고민이 되는 시기이다. "니 새끼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해. 니 새끼한테나 잘해"라는 말이 나에겐 그런 고민을 하게 한다.


현실적으로는 시간을 어떻게 잘 나누어 써야할지. 그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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