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혼자만의 아쉬움
전임지에 살고 있을 때도 그랬고 떠나고 나서도 아쉬운 것은 '이어짐'에 대한 것이다. 공간의 이어짐, 철학의 이어짐, 교육의 이어짐은 구성원들이 부단히도 노력했기에 잘 이어지고 있었다고 늘 자부했지만 '인적 이어짐' 사람과 사람간의 이어짐에 대해서는 늘 아쉬웠다.
내가 일했던 학교는, 단순히 학교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학교 그 이상의 학교였던 공동체이자 마을이었던 곳이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했었다는 그 경험만으로도 공감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그런 공동체인 곳인데 사람간의 이어짐이 적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른시기지만, 본적도 없지만 같은 학교에서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공통점이 정말 많아 신기하다. 시기는 달랐지만 고민의 결이 비슷하고 삶의 모습도 비슷했을거라 생각하니 왠지 모를 친밀감마저 생기곤 한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몇 세대가 있었겠고, 나도 그 곳에서 잠시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사람으로서 한 세대를 살았던 사람이었다. 같은 학교에서 일했던 것만으로 전임 선생님들을 '선배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있겠는가.
글로서 몇몇 선배님들의 삶과 생각을 엿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아쉬움이 또 한 번 떠오른다. 나의 고민이, 그리고 '우리'의 고민이 얕아질까 싶어 일부러 선배들에게 묻지 않았던 세월이 길다. 학교를 떠나고 오히려 그들에게 마음편히 연락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점이 되니 또 문득 그런 아쉬움이 있다. 그야말로 남모를 아쉬움이다. 일면식도 없는 선배들이지만 마치 삶을 나눴던 것만과 같은 그들. 토씨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았던 그들과 좀 더 이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고민해봐야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은 사람들과 이어지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 연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