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게 산다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
어렸을 적 함께 일했던 배울 것 없던 부끄러운 선배들을 보며 타산지석 삼아 '최소한 부끄러운 선배는 되지 말아야겠구나.'는 다짐을 했다. 지금껏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살고 있는데 살면 살수록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어디에서든 일인분을 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을 하게 된다. 비단 교직에서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자기 자리와 위치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이, 넘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역할에 맞게 그 정도 사람이 되는것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나이 먹어가며 여실히 느끼며 살고 있다.
나에게는 어릴 적 마음에 품었던 그 말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동기가 되어 조금이나마 더 열심히 살게 되는 밑거름이 되고 있고, 매순간 나를 스스로 돌아보며 감시하는 자치가 되기도 한다. '나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가.' 선배답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경력의 참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연차에 맞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마음에 품고 살던 다짐이 근래 여러 교생들을 만나며 조금 더 구체화 되곤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교사로서의 전문성은 무엇인지. 철학을 가지고 고민의 깊이를 어떻게 더 다듬어야 할지. 후배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며 어떤 본을 보여야 할지.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부끄러운 '선배'들이 많다. 일인분을 못하는 것은 당연히 부끄러운 일이겠으나, 그보다 나쁜 것은 후배들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며 나쁜 본이 되는 사람들이다. 내가 들었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 교직의 어려움과 부정적인 면만을 이야기하며 빨리 그만두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선배 교사들이 있더랬다. 교사라는 꿈을 안고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함께 찾아나가는 힘을 주지는 못할망정 빨리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하는건 무엇때문일지. 하지만 그들도 교직에서 절망만을 경험한 이들일 수 있기에 그렇게 보자면 참 안타깝고 불쌍한 이들일지도 모르겠다.
-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미덕인 것 마냥, 옳은 일인 마냥 이야기하는 분들. 교육 현장에서 정말 사라져야 할 분들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길러내는 교사로 살며 어찌 그런 것을 자랑스럽게 옳은 일인냥 이야기할 수 있는지. "열심히 할수록 손해야. 바보같은 짓 하지마." 설령 본인이 그렇게 생각을 할지언정 입밖으로 내뱉지는 말아야 하는데.
- 교직은 공직자로서 경제적으로 다소간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논점이 다른 데로 흐려지니 짧게 그렇게만 표현을 하고) 아무튼간 경제적인 부족함으로 젊은 교사들이 본업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처할 수 있는데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사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본업'에 충실하고자 하는 열정 있는 후배교사들에게 '부업'을 강조하며 '본업'에 열심히면 오히려 마치 바보같은 교사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적다보니 정말 많은 사례들을 적을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글을 쓸수록 서글퍼져서 사례를 더 적기가 어렵다. 그러고보면 참 여러모로 교사답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후배들에게 '본'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