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을 마무리하며 쓴 편지
메모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3년전에 그 당시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학년을 마무리하며 쓴 편지를 발견했다. 지금 봐도 꽤 좋은 글이라 이렇게 올려본다. 글 만으로 글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이 모두 가슴 설레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학년을 마무리하며 o마을 가족들에게
올해는 분명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시기를 넘어 삶이 많이 회복된 듯한 일년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과 일년을 지내며 이제 아이들에 대해 꽤 알게 되었는데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살아나갑니다. 교사가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게 되면 재미있는 일들이 생깁니다.
아이들 개개인의 삶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또 아이들을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살다보면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한명 한명이 개성을 가지고, 각자마다 특별한 장점을 가진 훌륭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교사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아이를 한 명 한 명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살피니 특별하고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이가 갖고 있는 생각과 마음 그리고 삶 전체에 더 관심을 갖고 우리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였습니다. 내가 이 아이의 부모님이라면 이렇게 느끼지 않을까? 이런 점을 걱정하지 않을까? 이런 점이 궁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부모님들과 소통하려 했습니다. 이 곳에서 학교는 가정과 함께 가야 진정으로 아이들의 삶이 세워집니다. 그런 마음으로 님한산의 교사로서 o마을의 담임으로서 살았습니다.
각자의 특성은 품어주고 인정해주며 동시에 공동체의 색깔을 함께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학년을 넘어 3학년이 된 우리 친구들에게 올해의 공부들은 분명 새롭고 어려웠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올해 함께 한 공부들에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습니다.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었던 공부들조차 우리 아이들은 긍정적인 태도로 임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많이 자랐습니다. 학년초에 제가 아이들에게 '힘들고 어려워도 불평하지 말자, 어차피 해야될 공부니 무엇이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이 학교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올 한해 우리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도 그런 아이들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서 올해 참 행복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바랐던 많은 그림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학년초에 아이들을 바라보며 학년말에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마다도 다른 바람이 있었고, 전체를 생각하며 바랐던 바람들도 있었습니다.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로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멋진 남한산 아이들이 되기를.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멋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물론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을 위한 것들입니다만 어린 아이들이 자신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매우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모두가 그런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o마을의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항상 지지해주시고 노력해주신 모든 학부모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부모님들의 도움 덕분에 우리가 더 충분하게 잘 살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역시 부모님들을 통해 남한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보내는 일년마다 저 자신도 어른으로서 또 교사로서 많이 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감동받고 또 여러가지로 배우는 덕분입니다. 저는 10살때 이렇게 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o마을 아이들은 멋지게 살고 있고 그런 모습들을 보며 인간적으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많이 사랑했고 아꼈던 우리 아이들.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남한산에서 행복한 삶을 가꾸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2022 o마을 담임 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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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읽기에 저 구절이 참 멋졌다.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기를”이라는 표현. 저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중 거의 모든 철학이 담긴 그런 말이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