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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교사들에게 전해줘야 하는 건 무엇일까

실습학교에서 선배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by j kim

내가 현재 근무하는 학교는 교생실습연구학교다. 때문에 매년 3차례 예비교사인 교대생들을 맞아 교생 실습을 운영한다. 그 전에는 사실 예비 교사들에게 어떤 것을 선배교사로서 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지만 이번 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예비교사들에게 전해줘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선배로서 해줘야 하는 말은 무엇일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게 됐다.

근래 교직을 둘러싼 분위기나 환경이 좋지가 않다. 역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겠지만,

- 바닥이 없어 보이는 교권의 추락 (교직 환경이 최악으로 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 노동의 가치에 비해 터무니 없는 저임금

- 사회적 요구는 높은데 비해 현저히 부족한 사회적 인식과 교사로서의 권리

위와 같은 맥락에서 구체적으로는 <교사를 향한 악성 민원이나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행위>가 교직 환경을 악화시키고 교직 자체를 현재의 젊은이들이 기피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교대생 자퇴율 (약3~4%)과 저연차 교사 퇴직율(전체 퇴직자 중 약10%)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 불안한 시국에서 우리는 후배교사들과 예비교사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전의 나의 교생 실습 경험을 되돌아보면, 교직이 이런 불안정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당시 실습학교가 어떻게 선정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닥 전문성이나 철학을 이어받을만한 그런 선배교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나만의 불운이었을 수는 있겠으나 대다수의 교생 친구들도 그런 경험을 한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현재는 그 어느때보다도 교직은 불안한 시기에 와있고, 동시에 교권은 추락한 데 비해 전문성은 한없이 요구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교직에 들어서기 전 예비교사로서 가장 필요한 경험과 배움은 결국 교육에 대한 희망, 교사로서의 철학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수업을 잘 하는 역량, 교직 실무의 전문성 등 교사로서 갖춰야할 소양은 많지만 결국 그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이고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교직에 대한 희망을 품고 예비교사로서 공부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근 몇년 모든 교사들, 그리고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와 사대를 입학한 학생들까지. 모든 이들은 큰 트라우마를 마음에 품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예비교사인 후배들에게 우리가 보여주어야 하는 것과 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교사는 그대들이 희망을 품었던 것처럼 여전히 마음을 다해 해볼만한 일이라는 것이며, 교육현장에 여전히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선배들이 많이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가 만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영감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고 또 교사로서의 좋은 모습과 학교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재미있게도 내가 올해 만난 후배들은 전부 그때의 나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교대 시절 교사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철학 없이 살던 망나니였지만 우리 후배들은 전부 교직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교생 실습에 진지하게 임하며 아이들과 만나더라. 참 다행스러우면서도 그들에게 고맙고 또 나도 현장에서 미리 살고 있는 선배교사로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되는 그런 계기가 되는 만남들이어서 너무 소중했다.


"어지러운 시국의 교육현장임에도 처음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선생으로서의 출발을 했다"는 이야기를 내가 만나는 그리고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게 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 앞으로 쓰게 될 다른 글에서는 최근 교육현장에서 못난 선배교사들이 후배교사들에게 행하고 있는 작태에 대해 글을 쓰며 비판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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