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을'끼리의 싸움

우리끼리 왜 싸워야 하나?

by j kim

학교에서 일하면서 종종 다른 동료들과 의견이 다르거나 내 마음같이 일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누군가와 언쟁을 벌인 적이 몇차례 있었다. 사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아니, 어차피 우리 다 을의 입장인 것 같은데 왜 이런 다툼이 생겨야 하나?' 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편해지면서 언쟁을 벌인 내가 스스로 더 부끄러워지곤 했다.


의견이 달라 다투거나 언쟁을 벌이기보다는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상황이 내 마음과 달라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이후에 돌아보니 그건 의견 다툼이라기 보다도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일이기도 했다. 납득할 수 없는 업무 분장과 그로 인한 소수의 과도한 업무 과중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내 일이 아니라 당신이 할 일이라고 서로 일을 떠넘기며 다투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조직에서는 본인이 해야하는 일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기 싫어서' 일을 떠넘기는 일 때문에 다툼이 생기곤 한다. 그런데 그 상황을 좀 '메타'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건 둘이 싸울 일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이 때로 나를 서글프게 했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정말 수십여명의 교사들 중 단 소수의 몇 명이 일을 가지고 아웅다웅할 때 다른 동료들은 전혀 그 일과 관계가 없는 여유로운 구조였다. '어차피 나는 그 일과 상관이 없는데?'


이런 다툼이 비일비재한 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찾는 것은, (이는 어떤 조직에서든 볼 수 있겠지만) 정말 거절 못하는 착한 교사 혹은 일을 뻔뻔하게 미루지 못하는 교사 혹은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나 과중한 일을 떠맡는 이들끼리 다투는 구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수십여명이 일을 합리적으로 분담하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슬픈 일이었고 소수의 미련한 몇 명이 책임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가며 예민해져 다투는 그런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와중에 다투는 우리 모습을 돌아보니 참 슬펐다. 이건 우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불합리한 구조탓이 아니던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직원들과도 종종 말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꽤 슬픈일이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교는 행정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뭐 교육청보다야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육청도 인력 부족이고 학교도 인력 부족이긴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어느 조직이든 인력이 충분한 곳이 있으랴만은 결국 학교에서의 일은 대개 업무분장의 잘못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이 역시 분명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행정직원들과의 다툼은 보통 '협조'의 선이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해서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우스운 것은 그러한 '선'을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이 제대로 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만큼은 혹은 이런 상황일 경우에는 행정실에서 우선적으로 협조를 전적으로 해주어야 하고 이런 부분에서는 교사들이 행정실의 과중함을 이해하여 협조를 전적으로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정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분명하지 않기에 일어나는 트러블이 학교에는 참 많다. 돌이켜보면 나는 행정실에 매우 협조적인 교사중 한명이었던 것 같다. 자전적인 평가라 객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보통 교사들이 기피하는 환경 관리라던지 행사 준비에서 일손 차출이라던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것들이 과연 '행정'업무 인지 행정실 소관인지도 불분명한데 이것 역시 돌이켜보면 관리자의 몫이리라 생각한다. '교장 교감이 나서서 하니까 우리도 거들어야지'라는 식의 마인드는 어찌보면 지금시대에서 상당히 먹히지 않는 구시대적 태도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이 일은 행정실의 일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나서서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은 그 바쁜 상황 속에서는 부차적인 고민이었던 터라 학생들을 위해서 다른 것 생각할 겨를 없이 우선 일을 처리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잡무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런 곳에는 항상 있는 사람들 돕는 사람들만 또 눈에 보이기 마련이었다. 참 아쉬운 일이라, 나중에 그런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그때 학교 전체 잡무 하는 자리에 없으셨어요?'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닌데요?' 혹은 '그때 저는 많이 바빴거든요'라는 이야기를 돌려받았던 기억이 난다.


재밌는 것은 그분들이 교육활동이나 학교 구성원을 위한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결국 그러한 누구의 일인지 불분명한 잡일들이나 학교 구성원이 다같이 참여해야 하는 그런 일들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어 벌어지는 촌극이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때 누군가들은 다툼을 벌이거나 기분이 상해 서로를 미워하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인 것 같다.


"왜 결국 을끼리 다투어야 하나요?" 이런 생각이 드는 그런 아주 슬픈 일인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